◆ 대법원도 임은정 검사 손 들어줘
이에 법무부장관이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이기택 대법관)은 10월 31일 정직 4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은 임은정 검사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법무부장관의 상고를 기각하며 임은정 검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의 쟁점은 공판 부장검사가 담당 공판검사인 원고 대신 다른 검사에게 그 사건에 관해 의견진술을 하도록 한 지시가 검찰청의 장 등의 권한인 직무이전명령의 위임에 따른 적법한 지시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이다.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4년 1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상급자의 부당한 지휘에 이견에 있을 때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이의제기권’이 검찰청법 제7조 제2항에 도입됐다.
재판부는 “검찰청법의 개정 취지와 목적, 규정 체계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상급자의 지휘ㆍ감독의 적법성 또는 정당성에 대해 이의한 상황에서 검찰청의 장이 아닌 상급자가 그 이의를 제기한 사건에 관한 검사의 직무를 다른 검사에게 이전하기 위해서는 검사 직무의 이전에 관한 검찰청의 장의 구체적ㆍ개별적인 위임이나 그러한 상황에서의 검사 직무의 이전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한 위임규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결국 이 사건 직무이전명령은 권한 없는 사람(공판2부장)에 의한 것이어서 위법하므로 임은정 검사가 이를 따르지 않았다 하더라도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며 “따라서 이 사건 직무이전명령을 따르지 않았음을 징계사유로 하는 제1, 2 징계사유는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제1, 2징계사유로 삼은 원고의 직무상 의무위반 행위는 원고가 직무이전명령을 따르지 않고 다른 검사에게 직무가 이전된 재심사건의 공판에 참여하고, 법정 출입문을 잠금으로써 원고의 직무를 이전받은 다른 검사의 직무를 방해한 행위만을 포함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원고가 ‘백지구형’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거나 무죄구형을 했다는 사실까지 징계사유 내지 핵심적 양정사유로 삼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백지구형 지시는 원고가 따라야 하는 적법한 지시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그에 따르지 않은 원고의 행위를 징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원고가 검찰 내부게시판(이프로스)에 글을 게시한 행위는 그 게재 경위,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검찰조직 내부에 혼란을 일으키거나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하여 검사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국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사유로 인정되는 사유는 제4 징계사유(근무시간 위반행위)뿐”이라며 “그런데 위반의 내용과 그로 인한 영향의 정도, 일반적으로 적용해온 징계의 기준, 원고의 직위와 그 동안의 행적 및 근무성적, 징계처분으로 인한 불이익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원고의 직무 권한을 정지하는 징계처분은 그 비위 정도에 비해 지나치게 과중해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임은정 검사는 2007년 ‘공판업무 유공’으로 검찰총장상을 받았다. 또 2012년에는 수사와 공판업무의 전문성 그리고 소신과 열정을 인정받아 법무부에서 ‘우수여성검사’로 선정해 서울중앙지검 공판부에 배치했었다.
이렇게 4년이 흘러 임은정 검사는 자신의 부당한 징계에 대해 바로잡았다.
◆ 임은정 검사 “법무부 상고이유서 읽으며 황당하고 참담”
그러자 임은정 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임 검사는 “법무부는 2014년 11월 징계취소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하며, 공판부장의 직무이전지시와 백지구형 지시에 불복하고 무죄구형을 강행한 제 행위는 ‘대한민국의 헌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하고도 근원적인 위험을 발생시킨 행위이다. 원고의 행위로 인해 촉발되는 헌법적 가치질서에 대한 중대한 위험성과 더불어 계속하여 갈등을 심화시키기만 하였던 일련의 행위, 그로 인해 검찰이 입은 신뢰 상실 등의 피해를 모두 종합하면,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되고 정직 4개월이 적정하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임은정 검사는 “(법무부의) 상고이유서를 읽으며, 저들이 배운 헌법과 내가 아는 헌법이 다른가, 우리는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가…싶어 황당하고 참담했다”고 털어놨다.
임 검사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고, 불의는 정의를 범할 수 없습니다. 저는 포기할 수 없었고, 그래서 포기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지난 5년 많이 고단했고, 힘겨웠지만, 많은 분들의 기도와 응원으로 견뎌냈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감사를 표시했다.
임은정 검사는 “검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데, 직을 걸어야 했던 불행한 시대가 이제 저물었다고 믿어도 되겠지요”라면서 “1960, 70년대에나 일어날 법한 일이 2010년대에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지…너무도 참혹한 비극 같은 현실이었지만, 그 잘못을 바로잡는데 제 몫이 있었던 것은 영광입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임 검사는 끝으로 “대한민국 검사. 그 이름에 부끄럽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
임은정 검사가 10월 31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신종철 기자 master@lawfac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