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신종철 기자] 참여연대는 1일 대법원이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지휘부의 ‘백지구형’에 따르지 않고 무죄구형을 했던 임은정 검사에게 징계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한 것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먼저 10월 31일 대법원 제3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정직 4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은 임은정 검사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법무부장관의 상고를 기각하며 “징계처분을 취소하라”며 임은정 검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징계가 내려진 지 4년만의 일로서 그동안 징계취소를 주장해왔던 참여연대는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며 “법무부는 지난 4년 동안 임은정 검사에게 가했던 유무형의 피해를 회복시킬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특히 임 검사가 지휘부의 부당한 지시에 맞서 검찰청법에 있는 이의제기권을 행사했음에도 이를 합리적으로 처리할 절차가 없었던 점이 이 사건의 배경 중의 하나였던 만큼, 이의제기권의 행사 관련 구체적인 절차규정을 조속히 제정할 것도 법무부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시기인 2004년 1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상급자의 부당한 지휘에 이견에 있을 때에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이의제기권’이 검찰청법 제7조 제2항에 도입됐다.
이는 정치적 외압 등 지휘부를 통해 오는 부당한 지시로부터 검사의 소신을 지켜주고, 상급자의 적법ㆍ정당한 지휘ㆍ감독은 따르되 위법ㆍ부당한 지휘ㆍ감독은 따르지 않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검찰권 행사의 적법성과 정당성을 제고하기 위해서였다.
참여연대는 “그러나 정작 이의를 제기했을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처리할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는데, 이것이 임은정 검사 사건이 발생한 배경이었다”고 봤다.
이 사건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임은정 검사는 무죄가 명백한 과거사 재심사건인 만큼 무죄구형을 하려했다. 그러나 검찰 지휘부에서는 법원이 알아서 판단해 달라는 ‘백지구형’을 임 검사에게 지시했다. 그러자 임 검사는 서면으로 지휘부에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부장검사 등 지휘부는 이를 무시하고 임 검사가 맡은 사건을 다른 검사에게 넘기라고 명령했고, 이 때문에 다른 검사가 법정에 들어가 백지구형을 할 상황이 임박했다.
그러자 임은정 검사는 다른 검사가 재판정에 들어오지 못하게 조치를 한 뒤 자신이 맡은 사건의 재판정에 들어가 무죄를 구형했고, 재판부도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자 검찰 지휘부와 법무부는 직무이전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고 징계했다.
참여연대는 “부당한 지시라고 보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경우, 이를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판단할 절차를 법무부가 마련해 두었더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래서 지난 9월 29일에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임은정 검사에 대한 부당한 징계를 취소하라고 권고했을 때에도, ‘검사의 이의제기권 행사를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절차규정을 조속히 제정ㆍ운용한다. 적절한 절차에는 이의제기 처리절차의 문서화, 공정한 심사위원회의 구성, 검사의 진술기회의 보장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라고 법무부에 권고한 바 있다.
참여연대는 “이번 사건을 교훈삼아 인사권 등을 무기삼아 당연히 해야 할 일에 부당히 간섭하는 일도 검찰에서 사라져야 하지만, 이의제기권을 구체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절차와 규정을 마련할 것을 법무부에 촉구한다”고 거듭 요구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신종철 기자 master@lawfac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