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서울지방변호사회 / 좌측부터 이찬희 서울변호사회장, 백종건 변호사 재등록 신청자,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임재성 변호사) |
이에 대해 민변
(회장 정연순)은 25일 성명을 통해 “변협의 등록거부 결정이 기본권 인권옹호를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회의 역할을 망각한 결정”이라고 맹비난했다.
민변은 “이번 결정은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이찬희)가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위헌성 등을 심도 깊게 검토해 등록적격 의견으로 변협에 송부한 것을 뒤집는 결정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실망스럽다”며 “대한변협은 형식논리에 숨어 우리 사회에서 오래된 인권침해 문제에 눈감았다”고 비판했다.
변호사법은 ‘금고 이상의 형(刑)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난 지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제5조 제1호)의 경우, 대한변협이 변호사 등록신청을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제8조).
민변은 “위 조항은 일률적인 등록금지사유를 정한 것이 아니라 대한변협이 재량을 가지고 등록거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변호사법 조항이 형집행 종료일로부터 5년이 지나지 않은 변호사의 등록을 금지한 것은 변호사가 범죄행위로 처벌받을 경우 전체 변호사에 대한 신뢰를 손상시키며, 해당 변호사에 대한 사회적 비난가능성도 높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작년 헌법재판소의 결정(2015헌마916) 내용을 언급했다.
민변은 “사법연수원 수료 이후 군법무관 또는 공익법무관으로 병역을 수행할 수 있었던 백종건 변호사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집총훈련이 배제된 다른 방식으로 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다하기를 원했으나, 대체복무제가 마련되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현실로 인해 불가피하게 형사처벌을 감내했다”고 말했다.
민변은 “백종건 변호사에 대한 형사처벌에는 전체 변호사에 대한 신뢰 손상도, 사회적 비난가능성도 존재하지 않는다”며 “오직, 수많은 해외의 사례에도 계속되는 국제인권기구들의 권고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젊은이들을 감옥으로 몰아넣는 한국 사회의 슬픈 인권현실이 존재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민변은 “따라서 서울변호사회가 이 사건 변호사법 조항을 헌법합치적, 인권우호적으로 해석해 양심적 병역거부와 같은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이 보장하는 권리행사에 대한 형 집행의 경우에는 등록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 것은 매우 합리적인 법해석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더욱이 최근 한국 사법 역사상 유례없이 이어지고 있는 하급심의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판결, 국가인권위원회의 대체복무입법 권고 등을 고려했을 때 이와 같은 서울변회의 의견은 적실성까지 갖추었던 것이었다”이라고 봤다.
대한변협 등록심사위원회 내부에서도 시대적 변화와 위헌의견을 바탕으로 적지 않은 위원들이 등록적격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등록심사위원회의 최종의견은 백종건 변호사가 어떤 사유든 간에 형집행 종료일로부터 5년이 경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등록을 거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민변은 “1년이 넘는 감옥살이를 견뎌야 했던 (백종건) 변호사는, 바로 그 이유로 5년 동안 법정에 설 수 없게 되는 상황에 놓였다”며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간절히 다른 방식을 원했으나, 우리 사회가 다른 방법을 막아놓았기 때문에 결국 자신의 발로 감옥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변호사를, 감옥 밖에서까지 5년 동안 잡아두어야 될 필요성이 무엇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백종건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의 등록거부 결정에 대해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편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대체복무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라며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 대해 높은 이해를 보인 바 있다.
민변은 “법무부가 백종건 변호사에 대한 대한변협의 등록거부 결정을 취소하고, 변호사로서의 신뢰 손상이나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없는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형 집행에 있어서는 등록결격사유에서 제외된다는 해석을 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와 헌법재판소가 소수자 인권침해 문제의 해결을 방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 법무부라도 헌법과 국제인권규범에 부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민변은 “본 사건을 통해서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시급하게 해결되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더욱 분명하게 확인됐다”며 “백종건 변호사와 같이 양심적 병역거부로 수감됐던 젊은이들은 출소 이후에도 전과로 인해 유무형의 불이익을 감당하고 있음도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회, 그리고 공개변론 이후 2년이 넘도록 결정을 내리지 않고 있는 헌법재판소까지 모두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백종건 변호사 “조금 아쉽다” 왜?…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 격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의 거부 결정이 나온 24일 백종건 변호사는 페이스북에 “오늘 나온 아쉬운 결과와 무관하게, 온전히 도와주시고 지지해주신 서울지방변호사회와 이찬희 회장님, 그리고 응원해주신 고민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는 인사를 남겼다.
백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등록심사위원회에서 겨우 ‘단 1표 차이’로 결론이 달라져 등록거부 결정이 나온 것도,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며 “희망을 가지고 문을 두드리는 일은 오래된 습관과도 같다”고 말했다.
백종건 변호사는 특히 “다만 아쉬운 것은,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단체로서 변호사의 기본사명인 인권옹호에 있어 의미있는 결정을 하여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기회였기에, ‘법조삼륜’의 한 축으로서 사회적 약자들의 손을 잡고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온 나라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에, 조금은 아쉽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대한변호사협회 표지석’의 흑백사진을 올렸다. 자신의 불편한 심경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
(백종건 변호사의 페이스북) |
서울지방변호사회 이찬희 회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슬픈 밤이다. 하지만 세상은 변한다고 믿는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것이 어디냐. 청년변호사 백종건 외로워마라. 금방이다. 세상은 한 번에 느끼지 못할지라도 틀림없이 변한다”라며 위로와 격려의 글을 올렸다.
앞서 10월 18일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 지하 1층 대회의실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라운드 테이블’을 개최했다.
서울변회 정영훈 인권이사가 사회를 맡아 진행했고, 변호사 출신 박주민 국회의원, 이찬희 서울변호사회장, 이재승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임재성 변호사, 백종건 변호사 재등록 신청자가 패널로 참여했다.
|
(사진=서울지방변호사회) |
최근 양심적 병역거부 및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과거에 비해 크게 변화했고 법원 역시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
2017년 들어 9월까지 총 35건의 무죄판결을 선고하는 등 양심적 병역거부 및 대체복무에 대해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변호사회는 현 시점이 양심적 병역거부와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 보고,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라운드테이블을 주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