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김명훈 기자] 국제결혼으로 한국에 입국해 한국인 남편과 동거한지 1달 20여일만에 ‘나는 나쁜 사람이니 찾지 말라’는 메모 남기고 가출해 연락 두절된 외국인 여성과의 혼인은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부산 영도구에 사는 A(37세)씨는 지난해 12월 국제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외국인 여성 B(26세)씨를 만나 결혼식을 올리고, 올해 1월 부산 영도구청장에게 혼인신고를 했다. B씨는 한국 입국을 미루다 올해 4월 초에야 입국했다.
그런데, B씨는 A씨와 동거한지 1달 20여일만인 5월 말 ‘외국인등록증’과 현금을 가지고 가출했다. B씨는 가출하면서 A씨에게 ‘이혼하자면서 나는 나쁜 사람이니 찾지 말라’는 취지의 메모를 남겼고, 가출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B씨는 가출 전 대한민국 국민의 배우자 자격으로 외국인등록증을 발급받아 국내에서 합법적인 취업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에 A씨는 B씨와의 혼인은 무효임을 확인받기 위해 부산가정법원에 혼인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부산가정법원 가사5단독 박상현(사법연수원 32기) 판사는 “1. 원고와 피고 사이에 2017년 1월 부산광역시 영도구청장에게 신고하여 한 혼인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고 최근 판결했다.
박상현 판사는 판결이유에서 "피고는 원고와 실질적으로 극히 짧은 기간 동안만 동거하다가 자신의 외국인등록증을 가지고 곧바로 가출하여 소재불명인 점을 알 수 있어, 피고는 원고와 사이에 참다운 부부관계를 설정하려는 의사 없이 혼인신고를 하고 단지 취업 등 다른 목적으로 한국에 입국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따라서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혼인의사의 합치가 없어 이 사건 혼인신고는 민법 제815조 제1호에 따라 무효이다. 그렇다면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고 밝혔다.
우리 민법은 제815조에서 ‘1. 당사자간에 혼인의 합의가 없는 때, 2. 근친혼 등의 금지 규정을 위반한 때, 3. 당사자간에 직계인척관계가 있거나 있었던 때, 4. 당사자간에 양부모계의 직계혈족관계가 있었던 때’ 만을 혼인의 무효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1년 이후 혼인무효·취소 소송의 제1심 접수건수는 매년 1천 건을 넘고 있다. 2016년의 경우에는 1,022건이 새로 접수되었고, 처리된 1,030건 중 원고승소가 385건, 원고일부승소가 204건이었다.
우리 민법은 혼인신고로 혼인이 성립되는 법률혼주의를 취하고 있어, 법원은 적법한 혼인신고는 유효하다고 추정하게 되고, 혼인이 합의 없이 이뤄졌다는 등 민법 제815조에 규정된 혼인무효 사유에 대한 명백한 증거가 있는 경우에만 혼인무효 판결을 하고 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