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신종철 기자]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에 대해 법원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최민희 전 의원은 피선거권이 박탈돼 5년간 각종 선거에 출마하지 못한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피선거권을 박탈하기 때문이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최민희 전 의원은 2016년 1월 남양주시청 기자실에서 ‘더불어민주당 2. 남양주(을) 국회의원 예비후보 최민희’라고 새겨진 어깨띠를 매고 제20대 총선 출마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출처=최민희 전 의원 페이스북)

이후 어깨띠를 착용한 상태에서 시청 홍보기획과를 방문해 직원들에게 “인사드립니다. 국회의원 후보자 최민희입니다”라고 말하면서 명함을 돌리고 지지를 호소하는 등 청사 내 10곳의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에 검찰은 “누구든지 선거운동을 위해 호별로 방문할 수 없음에도, 선거운동을 위해 총 10곳을 호별로 방문했다”며 기소했다.

특히 최민희 전 의원은 20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4월 케이블TV 후보자 토론회에서 “경기북부테크노밸리 유치를 위해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만나 ‘남양주시에 최우선적으로 유치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 조안IC 신설을 합의했다”고 발언했다.

토론회 발언과 관련해 새누리당 후보로부터 고발당하자, 최민희 전 의원은 해명 보도자료와 문자메시지를 기자들과 자신의 선거구 선거인들에게 배포했다. 내용은 “조안IC 설치는 이미 확정된 상황이고, 남경필 지사는 ‘3개시 모두 할 예정인데 남양주가 최적이다,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주겠다’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피고인이 당선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며 재판에 넘겼다.

최민희 전 의원은 “남양주시청 내 각 사무실을 방문한 사실은 있으나 각 사무실은 공직선거법 제106조 제2항에 규정된 ‘기타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이므로, 피고인의 행위는 선거법 제106조 제1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호별방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 전 의원은 또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이후 보도자료 및 문자메시지를 배포한 사실은 있으나 그 내용이 허위사실이라 할 수 없고, 허위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고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의정부지방법원 제12형사부(재판장 노태선 부장판사)는 18일 총선을 앞두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최민희 전 국회의원에게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방문한 시청의 각 사무실은 일반적, 통상적으로 민원인을 위해 개방된 장소나 공간이라고 할 수 없어, 공직선거법 제106조 제1항에서 정한 ‘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사무실 중 시장실과 부시장실은 사전 동의 등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일반인의 통상적인 출입이 허용돼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공직선거법 제106조 제2항에서 정한 다수인이 왕래하는 공개된 장소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시장실과 부시장실을 제외한 나머지 각 사무실은 구조가 대체로 직원들이 칸막이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며 둘러앉는 형태로서 민원인 등 외부인의 접근 편의성을 고려한 구조가 아니라 내부 근무자들의 업무 효율성을 고려한 구조로 돼 있는바, 각 나머지 사무실은 기본적으로 남양주시청 소속 공무원들이 소관 부서의 업무를 처리하는 사무공간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토론회 발언 등에 대해서도 허위사실이라며 유죄를 인정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수사기관에서 “피고인과 2016년 2월 2일 남양주시 현안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고, 피고인이 경기북부테크노밸리의 남양주시 유치를 희망한다고 하여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재판부는 “경기북부테크노벨리 사업은 2016년 1월 확정된 ‘경기북부 10개년 발전계획’ 내용의 하나로서 2016년 7월 고양ㆍ파주권, 의정부ㆍ양주권, 구리ㆍ남양주권 중에서 사업지구 1곳을 선정할 예정이었고, 사업지구 선정을 위해서는 경제파급효과, 지역균형 발전 기여도 및 입주기업 수요분석, 타당성 검토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므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2월 당시 피고인에게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넘어서 ‘남양주시에 경기북부테크노밸리를 최우선적으로 유치해 주겠다’는 약속을 하거나 ‘남양주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주겠다’는 발언을 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양형과 관련, 재판부는 “이 범행은 피고인이 관공서에서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호별방문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국회의원 후보자 토론회 방송에서 피고인의 행위 등에 관해 허위사실을 공표한데서 나아가 잘못을 바로잡지 않고 이를 해명한다는 명분하에 또 다시 보도자료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같은 내용의 허위사실을 공표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별방문 행위는 선거운동을 위해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서 유권자를 만날 경우 생길 수 있는 투표매수 등 불법ㆍ부정선거 조장 위험을 높이고, 선거의 공정 및 유권자의 사생활이나 직무의 평온을 저해한다는 점에서, 허위사실공표 행위는 선거인들로 하여금 후보자인 피고인의 능력을 과대평가하게 함으로써 선거인들의 공정한 판단을 흐리게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결코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허위사실공표 범행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1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전파성이 강한 TV방송, 보도자료 및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루어졌고, 실제로 토론회가 남양주시를 비롯한 7개 시ㆍ군 지역에 방송된 점을 더해 보면, 비록 관공서가 공직선거법에서 방문을 금지하고 있는 전형적인 ‘호’에 해당하지 않고, 남경필 경기도지사나 당시 기획재정부장관의 긍정적인 답변을 전제로 피고인이 발언한 사정이나 피고인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해 결과적으로 선거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사정, 기타 피고인이 별다른 과오 없이 정치인으로서 활동해온 사정, 발언 내용 중 일부 사실이 후에 현실화된 점 등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정상참작 사유를 감안하더라도, 피고인에 대해 일정기간 피선거권과 공무담임권을 제한하는 형을 선고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신종철 기자 master@lawfac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