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신종철 기자] 2017년 1~6월 사이에만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 판결이 22건이나 선고됐지만, 정작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해야 할 헌법재판소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태란 지적이 제기됐다. |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
1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헌법재판소와 병무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종교 및 기타 신념의 이유로 입영 및 집총을 거부한 청년들은 2,356명으로 연 평균 471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로 인해 최근 5년간 이미 1,693명이 재판에 넘겨져 법원에서 실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된 사건의 심리를 미루고만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과 2011년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해 모두 합헌 결정을 내린 뒤, 최근 6년 동안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헌법재판소에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돼 계류 중인 사건은 총 30건에 달하고 있으며, 2015년 7월 이와 관련된 공개변론을 단 한차례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헌법재판소에서 가장 오래된 장기미제사건 5건도 모두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된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오래된 사건은 2011년 6월 3일 접수된 헌법 소원으로 6년 4개월째 헌법재판소에서 계류 중이다. 이 사건은 한 종교의 신도들이 병역법 제88조 제1항 위반으로 기소돼 형을 선고 받은 후, 유엔(UN) 인권이사회에 대한민국을 상대로 ‘시민적ㆍ정치적 자유에 관한 국제규약’ 제1조 등 위반을 이유로 개인 청원을 제기한 것에 대해 2006년 및 2011년에 위 이사회로부터 대한민국이 자유권규약 제18조 등을 위반했다는 견해를 받아, 국회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견해에 따라 청구인들의 구제할 입법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행하지 않음으로써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헌법소원을 낸 것이다
판사 출신 박범계 의원은 “해마다 많은 청년들이 양심적 병역거부로 인해 실형을 선고 받아 교도소에 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이를 방관하고 있다”며 “2011년 병역법 제88조에 대한 합헌 결정 이후, 대체복무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가 이에 대한 공론의 장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헌법재판소의 무책임한 행태에 대해 질타했다.
박 의원은 “김명수 대법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을 전제로 양심적병역거부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로 실형을 선고받아 변호사 등록이 취소된 변호사의 재등록 신청을 받아주며,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사회접근 방식이 변해야 하며 대체복무라는 대안을 마련해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한바 있다”고 짚었다.
박범계 의원은 그러면서 “이제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국민의 기본권을 수호해야 하는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와 관련된 논의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며 헌재의 적극적인 심리를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