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김명훈 기자] 10일(화) ‘제15회 세계사형폐지의 날’을 맞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원불교인권위원회,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국제앰네스티한국지부 등 15개 단체로 구성된 ‘사형제 폐지 종교·인권·시민단체 연석회의’(연석회의)는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1회의실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대한민국은 이제 ‘실질적 사형폐지국’을 넘어 ‘완전한 사형폐지국’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최대의 인권운동단체인 ‘국제 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는 10년 이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나라를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하고 있어, 이 기준에 따라 2007년 12월 한국을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지정한 바 있다.

 올해 12월 30일이면 한국에서 마지막 사형이 집행 된 지 꼭 20년이 된다.

 국제 앰네스티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으로 법률상 모든 범죄에 대한 사형을 폐지한 국가는 104개국이며, 한국처럼 실질적 사형폐지국은 37개국이다. 전 세계 198개 국가 중 71%를 넘는 141개국이 법률적 또는 사실상 사형을 폐지한 것이다.

 연석회의는 “2009년 한국 정부가 ‘유럽평의회 범죄인 인도협약’에 가입하면서 국내 송환 범죄인에 대해 사형이 선고되더라도 집행을 하지 않겠다는 협정을 맺었고 국회는 비준했다.”면서, “이 협정에 따라 유럽에서 송환된 범죄인에 대해서는 사형을 집행할 수 없게 됨으로써 더 이상 사형제를 유지 할 명분도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국회는 15대를 시작으로 19대까지 매 국회마다 사형제도폐지특별법이 발의됐고, 특히 17대·19대 국회에서는 재적 국회의원 수 과반을 훨씬 넘는 국회의원들이 공동발의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연석회의는 “사형집행 중단 20년을 계기로 정부가 사형집행 유예선언(모라토리움)을 한다면 국제사회의 박수와 함께 아시아 지역 인권운동 진영의 동경을 받을 것”이라면서, “사형집행 중단 20년을 맞아 20대 국회에서도 여야의원들이 마음을 모아 사형제도폐지특별법 공동발의에 동참 해 줄 것을 희망한다.”고 주문했다.

 연석회의는 이날 성명의 마지막 글로 국회를 향해 “범죄에 대한 처벌은 사형처럼 강력한 복수의 방법으로 행해져서는 안 된다. 참혹한 범죄에 참혹한 형벌로 응징하는 폭력의 악순환 고리를 이제는 끊어내야 한다.”면서, “사형집행 중단 20년과 열다섯 번째 세계사형폐지의 날을 맞이해, 모든 법률에서 사형을 폐지하고···인권선진국이 될 수 있도록 결단이 필요하다는 간곡하고 단호한 권고를 국회에 전달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날 기념식 축사에서, “과거 박정희 정권에서는 ‘인혁당 사건’에 연루된 8명의 인사에 대한 사형을 판결 18시간 만에 전격 집행한 바 있으나, 17년 뒤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는 ‘인혁당 사건’이 중앙정보부의 조작극이었음을 밝혀냈고, 2007년 법원은 (인혁당 사건) 8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사형제도는 국가가 정의란 미명 하에 계획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불가역적이고 극단적인 형벌인 바,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하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 제도”임을 지적하고, “우리 국회도 헌법개정과 법안 심의 과정에서 사형제도에 대한 시대적 요청을 담아 낼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