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신종철 기자] 김명수(58세, 사법연수원 15기) 제16대 대법원장이 26일 취임 일성으로 “저의 대법원장 취임은 그 자체로 사법부의 변화와 개혁을 상징하는 것”이라며 대대적인 사법부 개혁을 예고했다.
이날 취임식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법원장으로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낼 것”과 “대법원 판결에 사회의 다양한 가치가 투영될 수 있도록 대법관 구성 다양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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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법원) |
김명수 대법원장은 먼저 “오늘 대법원장으로서 임기를 시작하면서 개인적인 영광보다는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낍니다. 사법부 안팎의 현실이 참으로 엄중하고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 저는 국민으로부터 진심으로 사랑받고 신뢰받는 사법부로 거듭날 수 있도록 통합과 개혁의 소명을 완수하는 데 모든 열정을 바칠 것을 엄숙히 다짐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세월 법정에서 국민을 위한 올바른 재판이 무엇인지 고민해 왔던 제가 이제 대법원장으로 새로운 소임을 시작하게 됐다”며 “저의 대법원장 취임은 그 자체로 사법부의 변화와 개혁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풀었다.
김 대법원장은 “권력분립의 이념 아래 국민의 헌법적 결단에 따라 대법원장에게 부여된 권한은 존중되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대법원장의 권한 행사는 한 사람의 고뇌에 찬 결단이 아니라, 주권자인 국민과 사법부 구성원의 의사가 반영되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와 방식에 의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정점에 홀로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늘 구성원들과 어울려 함께 소통하는 모습에서부터 사법부의 새로운 변화는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법원장의 권위를 앞세우기보다는 국민과 사법부 구성원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항상 살피고 유념하겠다”며 “‘좋은 재판’의 실현을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 필요한 개혁의 과업을 차분하고 진중하게 추진해 나가면서, 누구와도 대화하고 논의하며 경청하겠다”는 자세를 나타냈다.
아울러 “앞으로 제가 대법원장으로서 올바른 사법개혁의 길에 나아갈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과 법원가족 모두가 힘과 지혜를 나누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사법의 본질적 역할은 사회적 갈등을 법치주의의 틀 안에서 공정하고 평화롭게 해결하는 것”이라며 “우리 현대사에서 사법부는 수많은 굴곡을 겪어 왔지만, 현재는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한 상황에 처해 있다. 사회적 갈등이 나날이 첨예해지고 격화되면서 대립되는 입장 사이의 간극은 전혀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적 사고와 진영을 앞세운 흑백논리의 폐해는, 판결에 대한 합리적 비판을 넘어 급기야 법관마저도 이념의 잣대로 나누어 공격의 대상으로 삼기에 이르렀다”며 “저는 대법원장으로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온몸으로 막아내고, 사법부의 독립을 확고히 하는 것이 국민의 준엄한 명령임을 한시도 잊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또 “나아가 국민들은 법관이 사법부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로부터도 온전히 독립해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심판하기를 원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법관 개개인의 내부로부터의 독립에 대하여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제도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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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법원) |
이와 함께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가족에게 “우리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낮다는 지적에 겸허히 귀를 기울이고, 이러한 우려의 구체적인 원인을 파악해 사법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을 찾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대법원장은 “먼저, 우리의 재판이 속도와 처리량에만 치우쳐 있지 않은지 근본적으로 돌아봐야 한다. 효율적이고 신속한 재판도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가치입니다만, 이로 인해 적정하고 충실한 재판이라는 본질적인 가치가 훼손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며 “성심을 다한 충실한 재판을 통해 국민들이 절차와 결과 모두에 수긍하고 감동할 수 있는 사법을 구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저는 필요하다면 법관 및 재판지원 인력의 증원 등 좋은 재판을 위한 인적, 물적 여건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다음으로, 우리는 전관예우의 우려를 근절하고 공정한 재판에 대한 법관의 책임성을 강화함으로써 사법 불신을 조장하는 모든 것과 결별해야 한다”며 “전관예우가 없다거나 사법 불신에 대한 우려가 과장된 것이라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재판의 전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여러 불신의 요인들을 차단할 방안을 강구하고, 보다 수준 높은 윤리기준을 정립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리하여 사법 불신에서 자유롭고자 하는 우리의 굳은 의지와 노력이 국민들에게 높이 평가되고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대법원장은 “상고심 제도의 개선도 사법신뢰 회복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과제”라며 “대법원은 최종심이자 법률심으로서 사회의 규범적 가치기준을 제시하는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대법원 판결에 사회의 다양한 가치가 투영될 수 있도록 대법관 구성 다양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아울러 현재 급증하는 상고사건을 해소하고 상고심의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 상고허가제, 상고법원, 대법관 증원 등 여러 방안들을 보다 개방적인 자세로 검토하고 사회 각계의 의견을 두루 수렴하겠다”며 “이를 통해 우리의 실정에 알맞은 상고제도를 만들고 정착시키는 데 필요한 모든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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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법원) |
김명수 대법원장은 “마지막으로, 사법행정이 재판의 지원이라는 본래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재판 중심의 사법행정을 실천하겠다”며 “사법행정에 관한 의사결정 및 집행과정에서 수평적이고 합리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을 추진하겠다. 이와 함께 법관의 영광은 재판에 있음을 다시 한 번 새기면서 재판 중심의 인사제도가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 사법부의 든든한 버팀목인 법원공무원들도 개혁의 과정에 함께 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와 배려를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제 사법부의 변화는 시작됐다. 변화는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에 있어서도 민주적이어야 한다.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사법부 구성원 모두의 지혜와 뜻을 모아 나가겠다. 더딜 수는 있지만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국민을 위한 올바른 방향으로 법원구성원 모두 쉼 없이 정진해 나가겠다”고 약속하며 “국민 여러분도 사법부의 진정어린 노력을 뜨겁게 지지하고 응원해 주시리라 굳게 믿습니다”라고 격려를 당부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끝으로 “사법부가 국민에게 드릴 수 있는 최고의 보답은, 독립된 법관이 공정하고 충실한 심리를 통해 정의로운 결론에 이르는 ‘좋은 재판’임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깁시다. 국민을 제대로 사랑하는 사법부, 국민에게서 진심으로 사랑받고 신뢰받는 사법부를 반드시 만들어 우리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사법부의 역사를 물려줍시다”라고 호소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신종철 기자 master@lawfac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