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신종철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25일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의 취임에 부쳐 “시민의 관점에서 시작하는 법원개혁이 절실하다”면서 외부인사가 참여하는 법원개혁기구의 설치를 촉구했다.
민변(회장 정연순)과 참여연대는 “신임 김명수 대법원장은 양승태 대법원장 체제에서 드러난 다양한 사법부의 문제점에 대해 개혁을 책임져야할 역사적 책무를 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두 단체는 “법원에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 눈에 보는 정부 2015’(Government at a Glance 2015)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국민의 사법제도와 법원(judicial system and courts)에 대한 신뢰도는 겨우 27%이었다. OECD 평균인 54%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이며, 전체 조사대상 국가 41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인 38위였다”고 전했다.
또 “2015년 대법원 사법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점수는 100점 만점에 61점으로 낙제에 가까운 결과가 나타났다. 2016년 형사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한 형사 사법기관신뢰도 조사에서도 법원에 대한 신뢰도도 24.2%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국민의 사법불신이 극심한 상황에서 공정한 재판에 기한 법치주의 원리를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따라서 법원은 지체없이 법원개혁 및 재판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와 실천에 착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행정처를 위시로 하는 기존 사법행정의 개혁, 국민의사를 반영하기 위한 사법부의 민주적 구성, 사법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재판제도의 개선 등이 주된 법원 개혁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단체는 “우선 국제인권법연구회 탄압사태와 법관 블랙리스트 의혹으로 상징되는 사법행정권한의 남용사건에 관하여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며 “관련 사건에 관한 법원 자체 조사 결과에 대해서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조차 재조사를 요구할 만큼 충분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구조적인 법원개혁의 시작은 무엇보다 사법행정 개혁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며 “우리는 제왕적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권력화를 제어하기 위한 제도개혁이 시급하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또 “재판하는 법관이 아니라 사법행정에 관여하는 법관이 우대받는 왜곡된 관념과 문화를 낳은 현재의 법원행정처 체제는 과감한 ‘탈판사화’를 통해서 극복되어야 한다”며 “아울러 법관의 금품수수 등 이해충돌행위, 일탈행위가 증가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법관에 대한 감사ㆍ감찰 구조를 바꾸고 윤리 감사관을 외부인에 맡기는 등의 제도개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두 단체는 “또 사법의 민주화라는 과제에 대해서도 법원은 더 이상 눈감아서도 안 될 것이다. 법원 역시 헌법기관으로서 민주적 정당성ㆍ권력분립의 원칙 등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구성되어야 한다”며 “대법관후보추천절차 개선을 비롯한 다양한 사법의 민주화 방안이 시급히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을 보장하기 위한 재판제도 개선도 절실하다”며 “법원은 양승태 대법원장 재임시절 적극 추진되었던 상고법원 설치는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 침해가능성이 있음을 숙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참여재판 확대, 증거개시제도 개선 등 국민의 인권보장을 실현하는 형사사법절차에 관한 제도개선 방안도 심도 있게 살펴져야 할 것”이라며 “공정한 재판에 있어서 가장 큰 국민적 우려가 담긴 전관비리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 위한 개혁도 동반되어야 할 것은 물론이다”고 말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법원 내부에서도 개혁에 관한 목소리가 전국법관대표회의 등을 통해서 수렴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개혁의 대상이 되어야 할 법원이 스스로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한 기획이다”라면서 “우리는 법원개혁을 위해서 법원이 법관ㆍ법원 무오류의 신화에서 벗어나 외부 인사를 중심으로 하는 법원개혁기구를 설치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민변과 참여연대는 “국민의 사법 불신을 해소하고 민주주의와 조화를 이루는 사법을 구현해야 할 중차대한 과제가 우리 사회에 놓여져 있다”며 “모쪼록 법원이 신임 대법원장 취임을 맞이해 국민을 위한 사법, 국민에 의한 사법의 관점에서 창신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신종철 기자 master@lawfac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