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신종철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9일 검찰이 과거사 사건에 대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는 것에 대해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아울러 민변(회장 정연순)은 긴급조치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의 일괄 구제를 위한 검찰총장의 비상상고 절차 진행을 거듭 촉구했다.
먼저 대검찰청 공안부는 지난 9월 17일 ‘태영호 납북 사건’과 관련해 1975년 유죄판결을 받은 박OO씨 등 6건, 18명에 대해 검사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이는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8월 8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일부 시국사건 등에서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보장의 책무를 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한 지 한 달여 만의 일이다.
또한 검찰은 위 사과에 대한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대검찰청 공안부에
‘직권재심 청구 TF(팀장 공안기획관)’를 구성해 사건 기록 및 판결문,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결과, 공동피고인 재심사건 판결문 등을 토대로 직권 재심 필요성을 면밀히 검토했다.
이에 우선 진실화해위원회의 재심권고 사건 중 현재까지 재심이 청구되지 않은 사건들에 대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하게 된 것이고, 그 과정에서 본인 또는 유족들에게 연락해 재심 청구의 취지를 설명하고 의견을 들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아울러 검찰은 향후 진실화해위원회의 재심 권고 사건 중 문인 간첩단 사건 등의 나머지 6건, 11명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재심을 청구하고, 그 밖에도 검사 직권으로 청구할 필요성이 있는 사건들을 전반적으로 점검할 것이며, 과거사 사건에 관한 ‘재심 대응 매뉴얼’을 개정하고, 국가배상 소송에서도 상소 시 엄격한 심사를 거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19일 민변 과거사청산위원회(위원장 서중희 변호사)는 “검찰의 이번 재심 청구를 환영하며, 앞으로 검찰이 직권재심 청구 TF를 통해 사려 깊고 신속한 활동으로 피해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구제 절차에 적극 나서기를 촉구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한 “검찰이 향후 피고인의 이익을 위한 증거를 적극 수집하겠다고 밝히는 등으로 증거 판단 및 수집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한 것이나, 무익한 상소를 자제하고, 국가배상 판결의 상소에 대해 외부인사가 참여한 상소심의위원회를 거치겠다고 한 점 역시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민변 과거사청산위원회는 “그동안 검찰이 유독 과거사 청산에 침묵해왔던 점을 고려하면 자기반성을 담은 전향적인 자세라고 할 것이며, 우리는 이러한 검찰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변은 긴급조치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들의 일괄 구제를 위한 검찰총장의 비상상고 절차 진행을 거듭 촉구했다.
민변의 지난 2013년 5월 6일 비상상고 청원에 대해, 검찰은 2013년 8월 2일 회신을 통해 ‘피고인의 권리구제를 주목적으로 하는 비상상고’는 인정하기 어렵고, 다른 사례와 ‘형평성’ 문제 등 비상상고의 합목적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수용하기 어렵다고 회신했다.
이에 대해 민변은 “그러나 ‘법령이 위헌인 경우의 불법성’은 단순히 판결이 법령에 위반된 경우보다 불법성의 정도가 훨씬 큰 점, 피해자들의 일괄구제 필요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점, 검찰로서는 과거사에 대한 자기반성의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국가공권력의 원상회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 등에서 비상상고는 필요하고 유효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하루빨리 비상상고를 통해 위헌무효로 선언된 긴급조치에 의한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절차를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민변 과거사청산위원회는 “나아가, 검찰총장은 지난 사과에서 약속한 바와 같이 과거사 사건의 관계인, 유족, 가족, 당사자 등에게 위로를 전달할 시간을 만들거나, 찾아서 사과와 유감을 전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검찰은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았다”며 “검찰이 불명예스러운 과거와 결별하고, 불의의 어둠을 걷어 내는 용기 있는 검찰, 힘없고 소외된 사람을 돌보는 따뜻한 검찰,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 가는 공평한 검찰,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찰로서 피해자들의 구제와 명예회복, 신원회복 등 과거사 사건의 ‘진정’한 해결을 이끌어주길 기대한다”고 짚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신종철 기자 master@lawfac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