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손견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18일(월) 서울시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문제와 관련해 특수학교의 설립을 반대하는 행위는 헌법의 평등정신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표명하고, 아울러 △ 교육부장관과 각 시·도교육감에게 특수학교 신설에 적극적인 노력, △ 서울특별시장과 강서구청장에게 특수학교 설립 반대 등 장애인을 배제·거부하는 사례가 재발되지 않도록 지역주민 대상의 장애인 이해와 인식 개선 노력 등을 촉구했다.
9월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교육감-주민토론회’에서 찬반 의견이 엇갈리자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호소하고 있다. (서울장애인부모연대 페이스북) |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현재의 과밀학급은 장애학생에게 적절한 교육권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으며, 장애학생의 원거리 통학은 교육권만이 아니라 건강과 안전권을 위협한다.”고 보고, “또한 지역에 마땅한 학교가 없어 가정과 시설에서 순회교육서비스만 받고 있는 중도·중복장애학생까지 고려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그 책임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2016년 기준으로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는 87,950명으로, 이 중 30%는 170개 특수학교에 재학 중이나 법정정원이 준수되는 특수학교는 84.1%에 불과해 전반적으로 과밀상태다. 서울 강서구 교남학교의 경우는 정원 86명에 106명이 재학 중이어서 정원 대비 현원이 120%이며, 이 외 120여명의 장애학생들이 다른 구로 통학을 하고 있다.
서울시에는 4,496명의 장애학생이 29개 특수학교에 재학 중이나 8개구에 특수학교가 없어 인근 학교로 2~3시간 걸려 원거리 통학을 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인권위는 이와 같은 실정을 감안해, “정부와 시·도교육감이 특수학교 신설 시 원거리 통학으로 인한 어려움이 없도록 통학거리를 고려해 특수학교를 증설해야 하며, 현재 진행 중인 특수학교 설립이 중단되지 않고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9월 5일 오후 서울 강서구 탑산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린 ‘강서지역 특수학교 설립 교육감-주민토론회’에서 강서양천공동행동 회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서울장애인부모연대 페이스북) |
또한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지역사회 특수학교 설립 문제를 둘러싼 지역주민과의 갈등과 관련해, “서울특별시장과 강서구청장이 지역사회에서 장애인을 배제·거부하는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특히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지역발전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요구는 충분히 이해될 수 있고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나, 장애인 특수학교가 지역사회 안전이나 발전을 저해한다는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유독 장애인 특수학교만은 안 된다고 반대하는 것은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위해 학령기 장애아동이 누려야 하는 기본권의 동등한 향유를 막는 행위”라고 지적하면서, 이는 “헌법 제11조, ‘교육기본법’ 제4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평등정신에 위배”됨을 분명히 했다.
인권위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끝으로 “모든 국민은 헌법의 평등정신이 실현될 수 있도록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에 협력해야 하고, 특히 지역사회 주민들은 지역 내 특수학교가 설립되는 것에 대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논의하고 바람직한 교육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성숙된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달 12일 교육부는 현 정부 5년간 특수학교 18개교를 신설할 계획을 밝혔으며, 서울특별시교육감도 이달 11일 특수학교가 없는 8개구에 특수학교를 건립하겠다는 의지를 밝힌바 있다.
[관련 법조문]
헌법 제11조 ①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교육기본법 제4조(교육의 기회균등) ①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인종,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②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학습자가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역 간의 교원 수급 등 교육 여건 격차를 최소화하는 시책을 마련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차별행위)
①이 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이라 함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말한다.
1. 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
2. 장애인에 대하여 형식상으로는 제한·배제·분리·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지 아니하지만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를 고려하지 아니하는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장애인에게 불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
3.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 제공을 거부하는 경우
(이하 생략)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