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신종철 기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는 12일 “국민들은 약자에게 편안하고 강자에게 준엄한 사법부를 원한다. 전관예우에 대한 아무런 의심이 없이 공정한 재판을 받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특히 “사법부는 전관예우가 없다거나 사법 불신에 대한 우려가 과장된 것이라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해 국민의 사법 신뢰 제고에 열과 성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전관예우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 모두 발언에서 대법원장 후보자로서 사법에 대한 철학과 소신을 상세하게 밝혔다.

  먼저 김명수 후보자는 “제가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후 많은 분들께서 사법부에 바람직한 변화가 있으리라는 기대와 성원을 해 주고 계시지만, 이와 함께 ‘파격’ 혹은 ‘진보성향’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분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후보자는 “저는 31년 동안 한결같이 재판업무에 전념해 온 판사다. 모름지기 판사는 소송당사자들의 주장과 의견을 귀 기울여 듣고,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보편타당한 원칙을 기초로 분쟁의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가는 사람”이라며 “저는 대법원장의 사명과 책임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지향하는 대법원장은, 국민과 사법부 구성원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그 목소리에 정성을 다해 귀 기울이며, 합리적인 토론과 설득을 통해 바람직한 사법부의 모습을 함께 다져가는 사람”이라고 제시했다.

 김명수 후보자는 “이러한 판사의 임무와 역할을 고려할 때, 판사를 이념적인 잣대인 진보와 보수로 양분해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적절하지도 않다”며 “저 역시 판사로서 다양한 사건들을 마주하면서 개인의 기본권 보장과 소수자 보호라는 사법의 본질적인 사명에 충실했을 뿐, 이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편향된 생각을 가져 본 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오히려 항상 공정한 입장을 유지하고 매사에 균형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그리고 평소 사람을 대할 때 배려와 관용, 경청과 소통의 중요성을 늘 되새기며, 이를 실천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명수 후보자는 “최근 사법부는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한 진통기를 겪고 있다”며 “이러한 시기에 바람직한 대법원장은 강한 리더십과 권위를 앞세우기 보다는, 국민과 사법부 구성원의 눈높이에서 진솔하게 소통하면서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해 사법부의 미래를 제대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김명수 후보자는 “사법부에서도 점점 복잡해져 가는 많은 사건들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많은 성과를 낸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이와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사법에 대한 신뢰는 쉽게 향상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김 후보자는 “그렇다면, 지금은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를 보다 근본적으로 되돌아보아야 할 때”라며 “이제 사법부도 효율적이고 신속한 재판을 강조하기 보다는 적정하고 충실한 재판에 보다 무게를 두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의 양적인 처리를 강조하기보다는 성심을 다한 재판을 통해 국민들이 수긍하고 감동받을 수 있는 사법을 추구해야 할 것”이라며 “이것이 국민들의 사법서비스에 대한 만족감을 높이는 길이자,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근원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특히 김명수 후보자는 대법원장 후보자로서 사법에 대한 철학과 소신으로 크게 세 가지를 제시했다.

 김명수 후보자는 “첫째,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내기 위한 확고한 의지와 용기”라며 “저는 법관이 외부의 어떠한 세력이나 영향으로부터도 독립해 공정하고 정의로운 재판을 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것이 대법원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임무”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둘째, 이른바 관료화되었다고 지적받고 있는 사법행정시스템을 참모습으로 되돌려 ‘재판 중심의 사법행정’을 실천하는 것”이라며 “사법행정이 재판지원이라는 본래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사법행정의 민주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법행정에 관한 의사결정과 집행의 과정에서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의사전달이 아니라 수평적이고 합리적인 의사소통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명수 후보자는 “마지막으로, 사법 불신을 조장하는 전관예우의 원천적 근절과 공정한 재판에 대한 법관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이라며 “사법부는 오직 국민의 신뢰 위에서만 존립할 수 있으므로, 전관예우가 없다거나 사법 불신에 대한 우려가 과장된 것이라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해 국민의 사법 신뢰 제고에 열과 성을 다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명수 후보자는 “저는 청문회를 준비하는 동안 우리 국민이 사법부에 대해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지를 묻고 또 깊이 고민했다”며 “국민들은 약자에게 편안하고 강자에게 준엄한 사법부를 원한다. 전관예우에 대한 아무런 의심이 없이 공정한 재판을 받기를 희망한다. 정권에 흔들리지 않는 의연한 사법부에 자신의 삶을 의지하고 싶어한다”고 파악하면서 “저는 이와 같이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사법부의 모습을 되찾고자 대법원장 후보자의 자리를 무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국민이 원하는 바를 정확히 찾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는 것, 그것이 이 시대의 대법원장이 해야 할 일이고, 제가 대법원장 후보자로서 이 자리에 서 있는 이유”라며 “국민을 제대로 사랑하는 사법부, 국민으로부터 제대로 사랑받는 사법부를 모든 사법부의 구성원들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는 기회가 제게 부여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밝혔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신종철 기자 master@lawfac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