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신종철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장 정연순)은 8일 “국가정보원 소속 직원들이었던 양지회 전ㆍ현직 간부들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은 비판받아 마땅하다”며 “범죄의 중대성만으로도 구속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위원장 조지훈 변호사)는 이날 논평을 통해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판사(오민석 부장판사)는 오늘 오전 국정원 퇴직 직원들의 모임인 양지회 전ㆍ현직 간부들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디지털정보위는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노OO은 양지회 전 기획실장으로 국정원 적폐청산TF에서 검찰에 수사의뢰한 사람이며, 이른바 사이버외곽팀 민간인 팀장으로 대선개입 등 여론조작활동을 주도한 인물로 지목됐다”며 “박OO은 검찰의 수사가 개시되자 서류와 컴퓨터 등 관련 자료를 숨기는 등 증거은닉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대해 법원은 노OO에 대해서는 ‘범죄혐의는 소명되나, 수사진행경과 등에 비추어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박OO에 대해서는 ‘은닉한 증거가 증거가치가 없고 주거와 가족관계에 비추어 피의자가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전했다.
민변 디지털정보위는 “형사소송법상 불구속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는 것이 원칙인 것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국정원으로부터 활동비 명목으로 수억원 대의 돈을 지급받은 국정원 퇴직자들이 국정원의 지휘ㆍ관리 하에 조직적으로 인터넷 사이트나 SNS에서 여론공작을 펼쳐 공직선거법위반 등의 행위를 했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반민주주의 범죄이자 중대범죄이다. 범죄의 중대성만으로도 구속이 필요한 사안”이라고 영장기각에 반박했다.
디지털정보위는 “특히 박OO은 관련 자료를 은닉한 행위가 확인됐는데도, 은닉한 증거가 증거가치가 없다는 사유로 영장이 기각됐는데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이라며 “이미 증거은닉행위를 한 사람에게 증거인멸 할 염려가 없다고 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판단을 한 것이다. 인터넷상의 관련 자료를 삭제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러하다”고 영장기각을 비판했다.
또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1심 판결에서 법원은 ‘원세훈을 비롯한 국가정보원 심리전단 직원들의 주된 목적은 북한의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및 흑색선전 활동에 대한 대응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그 범행의 동기에 있어 참작할 바가 있다’고 판시한 적이 있다”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의 2014년 9월 11일 판결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법감정에서는 도저히 용납되거나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혹여 이번 영장기각 사례도 이러한 시각이 반영된 것은 아니었음을 바란다”고 주시했다.
민변 디지털정보위는 “우리 사회의 대의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대통령 선거를 치루는 과정에서 국가정보기관이 법률에 명시돼 있는 정치적 중립성을 고의적으로 무시하고 국민들이 낸 세금을 재원으로 불법여론공작활동을 벌였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정보위는 “국가정보기관이 주체가 돼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뿌리 채 흔드는 행위에 대해서는 동일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에 맞는 엄정한 수사와 무거운 형사처벌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런 측면에서 이번 영장기각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비판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신종철 기자 master@lawfac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