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신종철 기자] 자전거를 탄 13세 어린이를 차량으로 충격해 다치게 하고도 5만원과 명함만을 건네준 채 구호조치를 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한 운전자에게 법원은 도주치상죄를 인정했다.
검찰과 법원에 따르면 40대 A씨는 지난 2월 낮에 광주 광산구의 한 도로를 운전해 가다가 보도(인도)로 진입한 과실로 자전거를 탄 B(13)군을 승용차 휀다 부분으로 충격하는 교통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B군은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는데, A씨는 B군을 구호하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와 변호인은 “사건 당시 피해자가 정상적으로 보행하고 얼굴에 긁힌 상처만 있었고, 피해자가 아프지 않다고 말해 구호조치의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현장을 이탈했으므로,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광주지법 형사5단독 김선숙 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또 300시간의 사회봉사명령과 40시간의 준법운전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피해자(B)와 목격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서다.
피해자는 법정에서 “차에 박았는데 공중으로 2m 정도 뜬 다음에 떨어졌다. 너무 아파서 땅에서 뒹굴고 있었다. 피고인이 ‘괜찮냐’는 식으로 물어봤는데 너무 아파서 ‘아이씨’라고만 했다. 당시 피고인이 제게 5만원을 주고 차를 타고 가려고 했는데, 친구가 피고인의 차량사진을 찍으려고 하자 명함을 주고 갔다. 당시 머리쪽(오른쪽 관자놀이)에서 피가 흘렀고, 왼쪽 발목이 엄청 아팠다”고 진술했다.
또 목격자 C씨도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의 현장이탈 경위에 대해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김선숙 판사는 “이 사고 이후 피해자의 아버지가 112에 신고한 점, 사고현장에서 피해자의 오른쪽 관자놀이 부분에서 피가 흐르는 사진(수사기록)이 있는 점, 사건 당일 작성된 병원 응급센터 기록지에도 ‘환아 진술상 차량과 충돌 후 2m정도 날아갔다고 함’으로 기재돼 있는 점, 피해자는 실제 병원 치료를 받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피해자 및 목격자의 진술은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또 김 판사는 “피해자는 피고인 차량의 본넷 위를 날아가 바닥에 떨어졌는데, 피해자는 그로 인해 상당한 신체적 충격을 입었고, 움직이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가 사고 당일 의사의 상해진단을 받고 입원치료까지 받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사고 당시 피해자가 입은 상해가 경미한 것으로 구호조치의 필요성이 없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선숙 판사는 “피고인은 당시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피해자에게 말을 거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얼굴에 피를 흘리는 등 교통사고로 인한 사상을 당한 사실을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또한 피해자는 판단능력이 미숙한 13세의 어린이로 적극적인 구호조치가 필요한 상황임에도,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5만원과 명함을 건네주었을 뿐 현장에서 어떠한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고 현장을 이탈해 피고인에게 도주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양형에 대해 김선숙 판사는 “피고인은 차량으로 인도를 가로질러 운전하다가 피해자를 충격해 상해를 입게 하고도 피해자를 구호하지 않고 도주한 범행 수법 및 피해 정도에 비추어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피해자의 상해정도가 중하지 않고, 피고인은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돼 있으며,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신종철 기자 master@lawfac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