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에게 우발적인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모욕죄 현행범으로 체포하는 것은 불법이고, 부당한 체포에 대한 항의로서 한 경찰관 폭행은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2016. 6. 5. 오후 1시 10분경 춘천시의 한 도로에서 승용차가 택시를 들이받은 교통사고가 발생하였는데, 당시 택시 승객이 병원에 가려는 것에 화가 난 A는 동료 택시를 들이받은 승용차 운전자를 비롯하여 행인 10여 명이 있는 가운데 택시 승객에게 심한 욕설을 했다.
또한 A는 20여분 후 112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강원춘천경찰서 M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사건경위를 파악하려 하자, 경찰관 J, K, L에게도 행인 10여 명이 있는 가운데 큰소리로 욕설을 했다.
그런데 당시 순경 L이 A가 인적사항을 묻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계속 욕설을 하여 모욕으로 현행범 체포하려 하자, B는 순경 L의 목을 밀치고, 양손으로 멱살을 잡고 밀어 바닥에 넘어지게 해 약 전치 2주의 치료가 필요한 무릎 타박상 등을 가했다.
이에 검찰은 “이로써 B는 경찰관의 112신고에 따른 현장조치 및 현행범인 체포에 관한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함과 동시에 상해를 가하였다”며 B를 공무집행방해와 상해 혐의로 기소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춘천지방법원 형사1단독 송승훈 부장판사(49세, 사법연수원 30기)는 “경찰관 L이 A를 체포한 행위는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볼 수 없고, B가 A의 체포를 면하게 하려고 반항하는 과정에서 경찰관 L을 폭행하였다고 하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아니하며, 그 과정에서 L에게 상해를 가한 것은 정당방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단했다.
송 부장판사는 “A의 모욕 범행은 교통사고 처리과정에서 저지른 일시적ㆍ우발적 행위로서 사안 자체가 경미하였다. 다른 경찰관 2명과 행인 10여명이 모두 A가 욕설하는 것을 들었고, 나아가 A는 교통사고를 당한 택시기사 F와 같은 회사 소속이었으므로, 경찰관 L은 택시회사 또는 F 등을 통해 A의 인적사항을 파악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여, A가 도망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보았다.
그리고 “경찰관 L이 당시 현장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A가 욕설을 했다는 이유로 모욕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하였는데, 욕설의 내용과 시간, 경위 및 당시의 상황 등에 비추어 볼 때, 고소를 통해 검사 등 수사주체의 객관적 판단을 받지도 아니한 채 경찰관이 사건 현장에서 즉시 피고인을 범인으로 체포할 만한 급박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당시 A는 현행범인으로 체포되기 전에는 경찰관 등에게 욕설을 한 것 이외에는 별다른 물리력을 행사한 바는 없었다.
결국 송승훈 부장판사는 “따라서 피고인 B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의하여 그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고 최근 판결했다.
경찰청은 경찰관 모욕죄 현행범 체포 과정에서 적법절차 위반과 인권침해 가능성이 높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2015년 4월에 이미 경찰관에 대한 모욕죄 현행범 체포 기준을 강화하여 모욕 행위자의 인적사항을 확보할 수 없거나, 현장 목격자를 확보하기 여의치 않는 등 증거수집이 어려운 경우에만 현행범으로 체포하도록 일선 경찰서에 지시했다고 밝힌바 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