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김명훈 기자]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제주지부의 보조금 부정청구 사실 등을 감독기관에 신고했다가 부패행위에 가담했다는 이유로 1심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던 공익제보자 김은숙(48세)씨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인 제주지방법원 형사1부(재판장 박희근 부장판사)가 지난 8월 10일 김은숙씨의 제보로 수사가 진행된 점을 감안해 벌금 2백만원으로 감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심 재판부에 김은숙씨에 대한 ‘책임감면 요청서’를 제출하기도 한 참여연대(공동대표 법인·정강자·하태훈) 공익제보지원센터는 18일 논평을 내고 “재판부의 감형 판결을 환영한다. 그러나 공익제보자 보호취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감안해 선고유예나 무죄선고 등과 같이 더 적극적으로 책임을 면제해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다소 아쉽다.”고 평했다.

 김은숙씨는 2015년 4월과 5월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제주지부에서 근무하던 중 상담소에서 지자체 보조금을 허위로 청구해 편취하는 등 부정행위가 있었던 사실을 감독기관 및 수사기관에 알렸고, 2017년 2월 1심 법원은 부정행위를 지시한 당시 상담소 소장과 소장의 지시를 따른 직원 등에 대하여 사기, 업무상횡령,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김은숙 씨가 공익제보자라는 점을 전혀 감안하지 않았고, 단지 부정행위 지시에 따랐다는 이유로 다른 직원과 마찬가지로 징역 4월 및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김은숙 씨를 포함한 직원들은 처벌이 부당하다며 항소했고, 김은숙씨는 지난 5월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자 신분보장 요청도 했다. 이에 권익위는 지난달 4일 김은숙씨를 공익신고자로 인정해 항소심 법원에 공익신고자 책임감면을 요청했으며, 참여연대도 지난달 13일 김은숙씨에 대한 ‘책임감면 요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항소심 재판부인 제주지방법원 형사1부는 직원들이 소장의 지시로 범행에 가담했고 부정한 방법으로 수령한 보조금을 직원들이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피고인 직원 3명 모두 벌금형으로 감경했다.

 제주지법 형사1부는 특히 공익제보자인 김은숙씨에 대해 ‘제보로 이 사건 수사가 진행된 점’을 감안해 벌금 6백만원을 선고한 다른 직원과 달리 벌금 2백만원을 선고했다.

 현행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약칭: 부패방지권익위법) 제66조와 ‘공익신고자보호법’ 제14조는 부패행위 신고 및 공익신고로 신고자의 범죄가 발견된 경우 형을 감경⋅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와 같은 책임감면 규정을 둔 취지는 내부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조직 내에서 은밀하게 행해지는 부패행위 신고를 활성화하고, 이로 이한 불이익으로부터 신고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비록 재판부가 김은숙씨의 제보로 수사가 진행된 점을 감안해 감형했으나 부패방지권익위법과 공익신고자보호법의 책임감면 취지를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해 처벌을 면제할 수도 있었다고 본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공익제보자 보호 강화는 새정부의 정책 방향이기도 하다. 국정기획자문위는 지난 6월 공익제보자 보호를 ‘대폭 강화’한다며, ‘필요적 책임감면제’ 도입을 공언했다.”면서, “이는 내부제보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조직 구성원으로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어쩔 수 없이 가담하게 되는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적극적으로 감면해줘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는 끝으로 “부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내부제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만큼, 사법부 또한 공익제보자 보호 취지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