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전신주를 지지하기 위해 땅에 설치된 철제 지선에 걸려 넘어져 다친 배달노동자에게 한국전력공사(‘한전’)가 280만 원의 손해배상을 해야한다는 법원 강제조정 결정이 확정된 사례가 나왔다.
대전지방법원 제3전담조정 조의연 부장판사는 보행자 A씨가 한전의 철제 지선 설치, 관리상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청구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피고 한전은 A씨에게 280만 원을 지급하라”고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했고, 양 당사자가 이의하지 않아 최근 그대로 확정됐다.
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배달노동자인 A씨는 2023년 3월경 배달콜을 받고 대전의 한 아파트 상가동 음식점으로 음식을 픽업하러 가는 과정에서 한전에서 설치, 관리하는 전신주를 지지하기 위해 인도상에 설치된 철제 지선에 발이 걸려 바닥에 넘어지면서 왼손에 큰 충격이 가해져 골절상을 입었고, 수술을 받게 됐다.
A씨는 한전측에 치료비 및 위자료 등의 지급을 요구했으나, 한전측은 A씨의 과실로 인한 사고이므로 자신들은 책임이 없고, 혹여 일부 책임이 있더라도 A씨의 과실이 80% 이상이어서 최대 90만 원만 변상이 가능하다는 답변만 했다.
이에 A씨는 한전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제기하기 위해 법률구조공단을 방문해 법률구조를 신청했고 소송구조 결정을 받았다.
법률구조공단은 A씨를 대리해 한전을 상대로 대전지방법원에 구조물의 설치 관리상의 주의의무 위반을 이유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금으로 770여만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는 이 재판에서 “사고 시각이 야간으로 식별이 어렵고, 이 사건 이후 한전에서 노란색 피복을 덧씌워 보완조치를 했다가 아예 철거까지 한 점”을 강조하면서, “피고가 전신주의 지선을 설치, 관리함에 있어서 식별조치를 명확히 하거나 제거한 후 다른 방식으로 지지를 하는 등 그곳을 지나는 행인이 넘어지는 등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주의의무가 있다. 또한 최소한 신의칙상 인정되는 보행자에 대한 안전배려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전은 해당 장소가 주정차금지구역인데 A씨가 배달오토바이를 정차한 후 사고가 났고, 조금만 전방을 주시했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던 점을 근거로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했다.
대전지방법원 민사1단독 판사는 양측의 주장을 고려해 이 사건을 조정에 회부했고, 대전지방법원 제3전담조정 조의연 부장판사는 한전의 보행자 안전배려의무 위반의 과실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원고의 과실도 참작해 “피고 한전은 A씨에게 280만 원을 지급한다.”는 조정에 갈음하는 결정을 했다.
한전은 손해배상의무 자체를 부정하던 입장이었으나 이 조정결정에는 이의를 하지 않았고, A씨도 이를 받아들여 조정이 성립됐다.
이 소송에서 A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이기호 변호사는 “비록 A씨의 주정차위반의 과실은 있지만 기초적으로 한전의 전신주와 전신주를 지탱하는 지지 목적의 시설물 설치에 있어 보행자의 안전배려 의무를 인정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 “향후 유사한 사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