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초등학생을 교실에서 혼내면서 팔을 잡아 일으킨 교사의 행위를 아동학대 유죄로 판단한 1·2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취지로 환송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2부(재판장 박영재 대법관, 주심 오경미 대법관, 김상환·권영준 대법관)는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교사에 대한 상고심에서, 유죄로 벌금 100만 원의 형을 선고한 1·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하는 판결을 최근 선고했다.(2021도13926)
2019년 3월 초등학교 2학년 담임이었던 A교사는 교실에서 ‘아프면 어떻게 하지’라는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모둠을 구성해 토의를 하고 모둠의 대표가 토의 결과를 발표하도록 했다.
B학생이 속한 모둠은 ‘가위바위보’를 통해 B학생을 발표자로 정했는데, 이에 불만을 가진 B학생은 토라진 채 모둠 발표를 하지 않았고, 이후 ‘병원놀이’ 방식으로 진행된 수업과 수업 종료에 즈음한 노래와 율동 활동에도 전혀 참여하지 않았다.
이후 점심시간이 됐고, A교사는 B학생에게 급식실로 이동하자고 했지만 B학생은 이를 따르지 않았다. 이에 A교사는 B학생에게 다가가 “야 일어나”라고 말하면서 B학생의 팔을 잡아 일으키려고 했으나 B학생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A교사는 B학생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제가 급식실로 지금 데리고 갈 수가 없어요. 아이가 고집을 피우고 버텨 다칠까 봐 지금 어떻게 더 힘을 쓸 수가 없습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어머니의 동의에 따라 B학생을 교실에 둔 채, 다른 학생들을 인솔해 급식실로 이동했다.
하지만, B학생의 학부모는 점심시간 직후 학교를 찾아와 항의하고 A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A교사가 B학생에게 소리치고 다치게 한 사실을 아동학대행위로 인정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A교사의 행위가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거나 신체의 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신체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며 아동복지법위반(아동학대)로 기소했다.
1·2심 재판부는 “대화나 비신체적인 제재 등 다른 교육적 수단으로는 훈육이 불가능해 신체적 유형력을 통한 지도가 필요했던 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유죄로 판단하고, A교사에게 벌금 100만 원과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먼저 “학교교육에서 교원의 전문성과 교권은 존중되어야 하고,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법률이 정한 자격을 갖추어야 하므로, 교사는 지도행위에 관해 일정한 재량을 가진다. 따라서 교사의 아동인 학생에 대한 지도행위가 법령과 학칙의 취지에 따른 것으로서 객관적으로 타당하다고 인정된다면 여전히 법령에 따른 교육행위의 범위에 속하는 것이고, 법령에 따라 금지되는 체벌에 해당하지 않는 한 지도행위에 다소의 유형력이 수반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구체적으로 “이 사건 조치는 피해아동에게 필수적인 교육활동 참여를 독려한다는 목적에 기초해 이루어진 교사의 학생에 대한 지도행위에 해당한다. 피고인이 피해아동을 체벌하거나 신체적 고통을 가할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피고인이 행사한 유형력의 태양이나 정도 등을 고려하면, 법령에 따라 금지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피고인은 당시 상황에 비추어 구두지시 등 신체적 접촉을 배제한 수단만으로는 이러한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해 교사로서 가지는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 안에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지도방법을 택한 것으로 보이므로, 교육관계법령의 취지에 비추어 객관적으로 타당한 교육행위로 볼 여지가 많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에 “원심 판단에는 아동복지법 제17조 제3호가 정한 ‘신체적 학대행위’, ‘법령에 따른 교육행위와 학대행위의 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이번 판결이 나오자, 초등교사노동조합(위원장 정수경, ‘초등교사노조’)은 5일 “이번 판결은 교육 현장에서 교사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해 교사가 학생의 학습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정당한 노력을 인정한 중요한 사례가 될 것”이라며 환영 논평을 냈다.
초등교사노조는 이어 “이번 판결은 교사가 학생의 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든 노력해야 한다는 교육적 책임을 강화하는 결정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아동복지법의 정서적 아동학대의 모호성이 존재하는 한, 교사를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신고의 우려는 늘 존재한다. 이에 초등노조는 2024년 5월 헌법재판소에 정서적 아동학대 조항의 위헌심판제청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