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헌법재판소가 헌법재판의 심리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해야한다는 헌법재판소법 상 심리정족수 규정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올해 8월 국회의 탄핵소추로 권한행사가 정지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달 17일 헌법재판관 3명(이종석 헌법재판소장, 이영진·김기영 재판관)의 임기가 만료되면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1항의 헌법재판 심판정족수 부족으로 자신의 탄핵심판이 정지되면서 자신의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함과 동시에 동 조항의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했다.
헌법재판소는 이 가처분신청사건을 접수받은 지 4일 만인 14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고 규정한 헌법재판소법 제23 제1항 중 임기만료로 퇴직해 재판관의 공석 상태가 된 경우에 적용되는 부분의 효력은 헌법재판소 2024헌마900 헌법소원심판청구사건의 종국결정 선고 시까지 이를 정지한다는 인용 결정을 선고했다.[2024헌사1250 효력정지가처분신청]
헌법재판소법 제23조(심판정족수) ① 재판부는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으로 사건을 심리한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가처분 인용 결정 이유로 먼저 “본안심판이 부적법하거나 이유 없음이 명백하지 않고 헌법소원심판에서 문제된 공권력 행사 또는 불행사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발생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할 필요와 그 효력을 정지시켜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으며, 가처분을 인용한 뒤 종국결정에서 청구가 기각되었을 때 발생하게 될 불이익과 가처분을 기각한 뒤 청구가 인용되었을 때 발생하게 될 불이익을 비교형량해 후자의 불이익이 전자의 불이익보다 클 경우 가처분을 인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이어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1항이 신청인의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하는지 여부는 본안심판에서 심리를 거쳐 판단될 필요가 있고, 3명의 재판관이 2024. 10. 17. 퇴임하면 위 조항에 의한 기본권침해 발생이 현재 확실히 예측된다. 따라서 이 사건 가처분신청은 본안심판이 명백히 부적법하거나 이유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국회의 탄핵소추 의결을 받은 신청인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되는데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1항에 따라 사건을 심리조차 할 수 없다고 한다면 이는 신청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다.”라면서, “결국 신청인으로서는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1항으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손해를 입을 위험이 있고 3명의 재판관 퇴임이 임박한 만큼 손해를 방지할 긴급한 필요도 인정된다.”고 보았다.
헌법재판소는 특히 “가처분을 인용하더라도 이는 의결정족수가 아니라 심리정족수에 대한 것에 불과하므로 공석인 재판관이 임명되기를 기다려 결정을 할 수도 있다. 다만 보다 신속한 결정을 위해 후임 재판관이 임명되기 전에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 조사를 하는 등 사건을 성숙시킬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그런데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면, 그 후 본안심판의 종국결정에서 청구가 인용되더라도 이러한 절차를 제때에 진행하지 못해 신청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기본권은 이미 침해된 이후이므로 이를 회복하기는 매우 어렵다.”면서, “임기제 하에서 임기만료로 인한 퇴임은 당연히 예상되는 것임에도 재판관 공석의 문제가 반복해 발생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라고 짚었다.
헌법재판소는 “7명의 심리정족수에 대한 직무대행제도와 같은 제도적 보완 장치도 전무하다.”면서, “결국 이 사건에서 가처분을 인용한 뒤 종국결정에서 청구가 기각되었을 때 발생하게 될 불이익보다 가처분을 기각한 뒤 청구가 인용되었을 때 발생하게 될 불이익이 더 크다.”고 판시했다.
헌법재판소는 끝으로 “다만 이 사건에서는 재판관이 임기만료로 퇴직해 재판관의 공석 상태가 된 경우가 문제되는 것이고 신청인이 실질적으로 다투고자 하는 바도 이와 같으므로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1항 중 재판관이 임기만료로 퇴직해 재판관의 공석 상태가 된 경우에 적용되는 부분에 한해 그 효력을 정지함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8일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진숙) 탄핵사건(2024헌나1)에 대한 변론을 2024. 11. 12. 오후 2시에 개최할 예정이라고 공지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헌재 스스로 입법행위에 준하는···아쉬운 결정”
더불어민주당은 14일 윤종근 원내대변인의 서면브리핑을 통해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헌재 스스로 입법행위에 준하는 결정을 했다는 점, 국감 이후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등 추천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었다는 점 등에서 아쉬운 결정”이라고 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어 “이진숙 위원장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13조 제1항 및 제2항과 제14조 제3항 및 제4항, 방송법 제46조 제3항 및 방송문화진흥회법 제4조 등 다수의 현행 법률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면서, “이러한 이진숙 위원장의 불법행위는 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저해하는 행위임이 명백하다. 향후 진행될 헌법재판소의 심리가 이 같은 이진숙 위원장의 불법행위에 대한 엄중한 법의 심판을 내리는 과정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헌재가 마비될 위기를 가까스로 막아낸 뜻깊은 결정”
국민의힘은 15일 송영훈 대변인 논평을 통해 “헌법재판소가 심리정족수에 관한 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1항의 효력을 정지시킨 가처분 결정은, 민주당의 고집으로 헌재가 마비될 위기를 가까스로 막아낸 뜻깊은 결정”이라면서, “특히 이번 결정으로 ‘헌법기관을 마비시키려는 모든 위헌적인 시도는 헌법 앞에서 멈추어야 한다’는 헌법의 기본이 더욱 분명해졌다.”고 평했다.
국민의힘은 이어 “지난 8월 31일 기준 헌법재판소 미제 사건은 1,215건이나 된다. 가처분결정으로 일단 사건 심리는 할 수 있게 되었다지만, 9명 중 3명의 재판관이 없는 헌법재판소의 사건처리는 지체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국민의 기본권 구제가 늦어지고, 헌법 수호에 빈틈이 생길 우려가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 마비를 막았다고 해서, 헌법재판관 공백이 길어져서는 안 되는 이유다.”라면서, “민주당은 헌법재판소가 온전히 작동할 수 있도록 후임 헌법재판관 선출 합의에 조속히 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