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동거하다 헤어진 연인이 보복성으로 제기한 대여금·물품 반환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한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민사1단독 이홍관 부장판사는 A씨가 과거의 연인이었던 B씨를 상대로 제기한 물품인도등 청구소송에서 지난달 6일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에 따르면, A씨는 과거 연인관계인 B씨와 약 8개월간 동거를 했다가 헤어졌고 다시 간헐적으로 만나다가 약 4개월 간 동거를 했는데, 2023년 5월 결국 헤어졌다.
그런데 A씨는 결별 후 B씨에게 주택 매수자금, 생활비, 가게운영자금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대여했고, B씨가 자신의 소유 물품을 부당하게 점유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법무법인을 선임해 대여금 반환 및 물품 인도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B씨는 금전 대여 사실이 없고, A씨의 물품을 점유한 사실도 없다며 A씨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면서 법률구조공단에 법률구조를 신청했고 소송구조 결정을 받았다.
B씨를 대리해 이 소송에 대응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는 “A씨는 과거에도 B씨가 이별을 고하면 대여금소송과 형사고소를 제기하기도 했으며 이 사건 소송 역시 보복성 소송의 성격이 강하다.”면서, “오히려 B씨가 A씨에게 도움을 주었지 A씨로부터 금전을 대여한 사실 자체가 없으며, A씨는 교제기간 상호간의 금전 거래내역을 근거로 있지도 않은 대여금의 반환을 청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항변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이홍관 부장판사는 먼저 대여금 청구 부분에 대해서는 “피고가 원고에게 준 돈이 적지 않고, 원·피고가 동거한 기간이 14개월이나 되고 교제한 기간만으로도 2년이 넘는다. 또 원고가 대여금으로 주장하는 돈의 상당 부분이 10만 원 내지 50만 원으로 그 관계를 감안할 때, 생활비적 성격을 부정하기 어렵다.”면서,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대여금이라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홍관 부장판사는 물품 인도 청구 부분에 대해서도 “원·피고의 관계 등을 감안할 때, 물품들이 원고 소유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홍관 부장판사는 다만 소송비용에 대해서는, 소 제기 이후 일부 물품들이 인도된 점을 감안해 “소송비용 중 4/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이 재판에서 A씨를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김상윤 변호사는 “개인 간 금전거래 및 물품 소유권 분쟁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입증의 어려움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사례로 평가된다.”면서, “법률에 대한 전문지식이 부족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일반 시민이 부당한 소송에 직면했을 때, 법률구조를 통해 적절한 법적 대응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사례였다. 앞으로도 법률구조공단은 경제적·사회적 약자의 정당한 권리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