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지적장애 2급인 성년의 친딸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던 아버지를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면서 유죄로 판단해 징역 6년의 형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광주고등법원 전주제1형사부(재판장 양진수 고법판사, 이인민·박성수 판사)는 지적장애가 있는 친딸 성추행으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친족관계에의한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최근 1심을 파기하고, ‘징역 6년의 형’과 ‘40시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5년간의 취업제한’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A씨는 2008년경 친딸인 B씨의 여동생을 강간하고 강제추행한 범행으로 징역 7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그런데, 2021년과 2022년에 또다시 지적장애가 있는 친딸인 B씨의 가슴과 음부를 만지는 등의 강제추행을 했다.
B씨는 2023년 1월경이 되어서야 경찰서에 강제추행을 당한 피해 사실을 신고했고, 법률구조공단의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선정됐다.
B씨는 전북해바라기센터에서 피해자 조사를 받았고, 피해자 국선변호사가 동석해 진술조력을 하고, 피해자를 면담해 피해자의 진술이 재판에 반영될 수 있도록 조력했다.
1심을 심리한 전주지방법원 제12형사부(재판장 김도형 부장판사, 한지숙·남윤표 판사)는 “B씨가 A씨를 강제로 추행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고, A씨가 해바라기센터에서 진술한 내용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진술한 내용에서 가슴과 음부를 만졌다는 사실만 진술할 뿐 어떻게 만졌는지 구체적으로 진술하지 못한 점 등 A씨의 진술은 신빙성이 없어 유죄의 증거로 삼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을 맡은 광주고등법원 전주 제1형사부는 이 사건의 유일한 직접증거인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해 범죄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지적장애의 심한 장애’ 판정을 받은 장애인복지법 상 등록된 장애인으로, 인지능력, 판단력, 사회적 적응력 등이 4~7세 정도의 수준이고, 수사단계에서 실시한 한국판 지능검사 결과에서도 ‘중증도 정신지체 수준’으로 사회적 연령이 9.75세 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피해자의 지적장애 수준이나 이 법원에서 보인 진술 태도 등을 고려하면, 범행의 주요 부분에 대해 피해 경험을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면서, “피고인은 친족관계인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함과 동시에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했다.”고 판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양형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건 범행은 중증도의 지적장애가 있는 친딸인 피해자를 성적 욕구 해소 대상으로 삼아 강제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반인륜성 등에 비추어 죄질이 매우 나쁘다.”면서, “또 다른 친딸을 상대로도 강간과 강제추행의 범행을 저질러 7년의 실형을 복역한 사실이 있음에도 그 왜곡된 성충동과 성행을 개선하지 못한 채 또 다시 성범죄를 저질렀는 바,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 피해자와 보호자인 피해자의 모는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사건에서 A씨를 대리해 피해자 진술조력을 전담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원명안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피해자가 장애로 인해 피해사실에 대해 풍부하고 상세하게 표현하지 못했으나 피해경험에 대해 전반적으로 일관되게 진술했고 오히려 장애에도 불구하고 수년전 발생한 사건에 대해 일관되게 피해 사실을 진술하고 있는 점, 수사기관이 아닌 곳에서도 피해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하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범행 사실과 무관한 사항에 대해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범행 사실에 대한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원명안 변호사는 이어, “특히 이 사건은 아동 및 지적장애가 있는 성인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의 기준을 다시 확인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