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임차권등기를 말소해 주면 보증금을 돌려주겠다고 임차인들을 속여 임차권등기는 말소되게 하고 임대차보증금은 반환하지 않은 임대인들에게 사기죄로 징역 10월을 선고한 판결이 나왔다.
창원지방법원 형사1단독 정윤택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40대 임대업자 A와 B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각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에 따르면, A와 B는 공동으로 투자해 C 명의로 김해시에 다가구주택 건물을 신축해 소유하면서 임대업을 운영해 왔는데, 2018년 10월 임대차계약 기간이 만료된 D의 보증금 9천만 원, E의 보증금 8천만 원을 반환하지 않았다.
이에 임차인 D와 E는 창원지방법원 김해시법원에 주택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해 임차권등기가 완료됐다.
그러자 A와 B는 임차인 D, E에게 “건물에 임차권 등기가 되어 있으면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기 어렵다. 임차권 등기가 말소되도록 해주면 새로운 임차인을 구해 보증금을 반환해 주겠다.”고 했고, E에게는 ‘채무상환 이행약정서’도 작성해 줬다.
이를 믿은 임차인 D, E는 주택임차권등기 해제신청을 해 임차권등기는 말소됐다.
하지만, A와 B는 새 임차인을 구한 후에도 D, E에게 임차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았다.
임차인 D, E는 결국 임대업자 A와 B 등을 사기 혐의로 고소했고, 검찰도 이들을 기소했다.
이 형사재판에서 피고인 A, B와 그들의 변호인들은 “임차인에게 당시의 재정상황에 대해 사실대로 말해 아무런 기망행위가 없었고, 나아가 선순위근저당권에 담보가치가 잠식돼 있어 피해자의 임차권등기가 존속했다 가정하더라도 배당받을 수 있는 돈이 없어, 아무런 손해가 없었으므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으며,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편취의 범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창원지방법원 정윤택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이 갹출(醵出)한 자금의 합계가 건물을 건축하는 데 필요한 자금에 약 4억 가량 턱없이 부족했기에 상당한 정도로 계속 부동산 시가 상승 또는 임차보증금의 증액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돌려막기’ 형태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던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피고인들은 실제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거나 다른 자력으로 임차보증금 및 약정한 이자를 지급할 수 없었음에도 마치 지급할 것처럼 피해자들을 기망했음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해 그로 인한 하자 있는 의사에 따라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득을 취득함으로써 성립되는 범죄(형법 제347조 제1항)로서, 그 본질은 기망행위에 의한 재산이나 재산상 이익의 취득에 있는 것이고, 피해자를 비롯한 상대방에게 현실적으로 재산상 손해가 발생함을 요건으로 하지 아니하므로, 피해자가 어떠한 재산상 손해를 입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기죄의 성립에는 지장이 없다.”고 판시하면서, 피고인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윤택 부장판사는 양형 이유로는 먼저 “피고인들은 실질적인 자기자본 없이 무작정 시세 상승만을 기대해 무리한 부동산사업을 하다 범행을 저질렀고,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단순히 금전적 손해를 넘어 가장 편안해야 하는 ‘주거의 안정’을 침해받은 점, 피해자들의 완전한 피해회복 또는 형사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에 비추어 보면, 그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범행의 기망행위로 인한 피해자들의 처분행위는 ‘임차권등기명령의 말소’이고 이러한 행위로 인해 피해자 D에 대해 실질적인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긴 어려운 점, 피해자 E에 대한 피해액 일부가 변제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점 등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두루 참작해 선고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