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명의신탁약정 있었더라도 국세체납 상태에서 자기 소유의 유일한 부동산을 동생에게 증여해 채무초과 상태를 초래하면, 이는 사해행위로 취소돼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민사12단독 권민오 부장판사는 대한민국정부가 국세체납자 A로부터 부동산을 증여받은 A의 동생 B를 상대로 제기한 사해행위취소소송에서 최근 ‘부동산 증여계약을 취소하고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
법원의 인정사실에 따르면, A는 통신공사업을 하면서 2022년 귀속 부가가치세와 근로소득세 등 1천3백여만 원을 체납하고 있는 상황에서 2022년 10월 동생 B와 공시지가 4천215만 원인 부동산의 증여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주었다. A는 증여계약 당시 이 부동산 외에 별다른 재산이 없었다.
이 사건을 심리한 대구지방법원 권민오 부장판사는 먼저, “원고의 A에 대한 조세채권은 증여계약 전에 이미 납세의무가 발생했으므로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된다. A는 부동산을 피고에게 증여해 채무초과 상태를 초래했으므로 증여계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 등 일반채권자들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면서, “A는 이러한 재산처분행위가 원고 등 일반채권자들을 해한다는 사정을 알았을 것이고, 수익자인 피고도 그러한 사정을 알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이 사건 증여계약은 사해행위로 취소돼야 하고, 피고는 원상회복으로 A에게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해 마친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 재판에서 피고 B는 “이 사건 부동산은 피고가 어릴 적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경매절차가 개시됐다. 큰 형부는 아버지와의 약속에 기해 큰 형부 명의로 낙찰을 받았다가 피고에게 이전하려고 했으나, 사업 때문에 언니 A 명의로 낙찰을 받고 나중에 피고에게 주라고 했다.”면서, “이 사건 증여계약은 종전 약정에 따른 것이므로, 사해행위가 아니거나 피고는 선의의 수익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민오 부장판사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에 있어서 수익자가 사해행위임을 몰랐다는 사실은 그 수익자 자신에게 증명책임이 있는 것이고, 이때 그 사해행위 당시 수익자가 선의였음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객관적이고도 납득할 만한 증거자료 등에 의해야 하고, 채무자의 일방적인 진술이나 제3자의 추측에 불과한 진술 등에만 터 잡아 그 사해행위 당시 수익자가 선의였다고 선뜻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2004다61280 판결을 인용하면서, “피고가 주장하는 낙찰 경위는 피고의 일방적 진술에 불과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권민오 부장판사는 아울러 “설령 피고가 주장하는 낙찰 경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부동산경매절차에서 부동산을 매수하려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의 명의신탁약정 아래 그 사람의 명의로 매각허가결정을 받은 경우 경매 목적 부동산의 소유권은 매수대금의 부담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 명의인이 취득한다(대법원 2006다73102 판결 등).”면서, “A는 임의경매절차에서 이 사건 부동산을 낙찰받아 소유자가 됐고, 이 사건 증여계약은 A의 재산을 감소시킨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