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자살한 투자 기망행위자의 상속인들을 상대로 제기된 투자금반환청구소송에서 상속인의 상속포기 후 소비행위가 법정 단순승인으로 간주돼 변제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민사2단독 박근정 부장판사는 A씨가 자살한 투자 기망행위자의 상속인인 C씨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지난달 4일 “피고는 원고에게 투자금 7천9백만 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A씨는 2023년 1월경 B씨가 운영하던 온라인 쇼핑몰을 인수하고, 온라인 영업 컨설팅 업무를 제공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7천9백만 원을 B씨에게 지급했다.
위 계약 체결 당시 ‘온라인 쇼핑몰 영업 3개월간 순수익이 3천만 원에 미달할 경우 7천9백만 원을 반환하겠다’는 내용의 약정을 했는데, 실제 인수 후 순수익이 3천만 원에 미달하자 2023년 5월 B씨는 A씨에게 7천9백만 원을 반환한다는 약정을 했다. 그로부터 5일 뒤 B씨는 자살을 했고, 상속인으로 배우자인 C씨와 2명의 자녀들을 남겨두게 됐다.
A씨는 기망 당한 투자금을 반환받고 싶고, 실제로 같은 문제로 다수의 피해자들이 양산돼 단체 카톡방도 있는 현실이라며 법률구조공단에 법률구조를 신청해 소송구조 결정을 받았다.
A씨의 소송을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공익법무관은 먼저 사망한 B씨를 피고로 해 투자금 7천9백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 제기했다.
그러나 이 재판에서 B씨의 상속인인 배우자 C씨와 자녀들은 상속포기 신고를 해 수리하는 심판이 내려졌다면서, 자신들은 투자금 반환에 대한 변제책임이 없다고 항변했다.
이에 법률구조공단측에서는 사망한 B씨의 재산경위를 사실조회했고, 그 결과 부부의 경제적 공동체 내지 공동생활을 구성한 재산의 명의는 대체로 C씨에 있었음을 알게 됐다.
또한 금융거래정보제출명령을 통해 B씨의 사망 이후에 5회에 걸쳐 총 350만 원이 B씨의 계좌에서 C씨의 계좌로 송금된 사실을 밝혀내 상속재산의 임의처분으로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된다고 재항변했다.
결국 이 사건을 심리한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박근정 부장판사는 “피고가 상속포기수리심판을 받았지만 상속 후 B씨의 은행계좌를 관리하면서 상속재산을 임의로 소비해 민법 제1025조, 제1026조에 따라 상속의 단순승인을 한 것으로 간주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피고는 B씨가 약정한 투자반환금 7천9백만 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A씨를 대리해 이번 소송을 진행한 법률구조공단 소속 나영현 공익법무관은 이번 판결에 대해 “순수익 보장 투자 약정과 같은 사기에 피해를 입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가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해 제대로 된 피해회복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가해자가 경제공동체를 구성한 가족이 있다면 그 재무관계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고 상속재산의 처분, 부정소비 등 법정단순승인 사유가 없는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