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마스크 착용을 요청한 공무직 운영팀장에게 무차별 폭언과 욕설을 퍼부은 갑질 민원인들에게 형사재판에서 벌금 200만 원 형이 선고된 데 이어, 민사재판에서 위자료 5백만 원을 포함해 손해배상금으로 82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전기흥 부장판사는 코로나19 진료소 공무직 근로자였던 A씨가 B·C부자(父子)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최근 “피고들은 A씨에게 8,200,200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 소송비용 중 1/2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23가소92206)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막바지에 이른 2023년 2월, 경기도 파주시보건소에서 코로나 PCR 검체 채취 업무를 위탁받아 선별진료소 운영팀장으로 근무하던 A씨는 진료소를 방문한 B씨와 C씨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마스크 착용을 요청했다.
그러자 B씨는 “너 뭐야, 이 XXX아, 니가 팀장이야? 보건소장 나오라 그래, 넌 공무원이기 이전에 사람이 먼저 돼야 하는 거야”라며 욕설을 퍼부었고, B씨의 아들인 C씨 역시 욕설과 폭언을 하며 가세했다.
이 같은 소동은 PCR 검사를 받기 위해 진료소를 방문한 많은 시민들 앞에서 약 30분 정도 계속됐고, 검사소 직원들이 검사를 멈추고 밖으로 나와 말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B씨 부자는 출동한 경찰관 앞에서도 욕설을 멈추지 않았다.
B씨 부자는 결국 모욕과 업무방해 혐의로 약식기소돼 각 2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A씨는 이러한 갑질을 당한 후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우울증 등으로 병가휴직을 가는 등 선별진료소 업무를 더 이상 수행하기 어려웠고, 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법률구조를 신청하고 소송구조 결정을 받아 B씨 부자를 상대로 위자료 등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B씨 부자는 이 소송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민간에 위탁된 선별진료소 업무는 행정기관의 공무집행으로 볼 수 없어서 B씨 등의 행위는 불법행위가 아니며, 오히려 A씨가 정신적 기왕증이 있기 때문에 업무에 부적격인 자”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씨와 소송대리인은 “B씨 등이 있지도 않은 정신적 기왕증 운운하며 2차 가해를 하고 있다. 갑질을 당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공무원들도 생겨나는 만큼 B씨 부자를 엄벌해달라.”고 하면서, A씨의 수입상실분과 치료비, 위자료 등으로 2,300여만 원을 청구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전기흥 부장판사는 원고의 청구 중 일부를 인용하면서, 위자료 500만 원과 15일 동안의 일실수익 240만 원, 치료비 800,200원을 합한 손해배상금 총액 8,200,200원과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A씨의 소송을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나영현 공익법무관은 이번 판결에 대해 “민원인의 갑질로 인한 피해 위자료로 500만 원을 인정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민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