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부동산실명법상 무효인 부동산명의신탁의 수탁자에게는 취득세 납세의무가 없으므로 관할 구청은 기납부된 2억4천6백여만 원의 취득세액을 명의수탁자에게 전액 환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단독 이용우 부장판사는 부동산명의수탁자 한모씨가 성동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지방세등부과처분취소소송에서 지난달 22일 원고승소 판결을 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서울행정법원 2023구단56487)
한씨는 서울 성동구의 A주택조합 조합장으로 2018년 3월부터 12월까지 성동구의 7필지의 토지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면서, 유상취득으로 인한 취득세와 농어촌특별세, 지방교육세로 총 246,624,000원을 신고납부했다.
그런데, 2019년 4월 성동구청은 위 부동산 취득이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명의신탁에 해당한다면서 A조합에게 191,664,600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에 A조합은 2019년 8월 위 성동구 7필지 토지에 대해 한씨로부터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받으면서, 유상취득으로 인한 취득세를 신고납부하고, 과징금부과처분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과징금부과처분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 재판에서 A조합은 한씨에게 부동산명의신탁을 한 바 없다고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A조합의 주장을 배척하고 다만 재량권의 일탈·남용으로 과징금 액수가 과다하다는 점만 받아들이는 판결을 2020년 7월 선고했고, 이 판결은 항소가 없어 그대로 확정됐다.
그러자 한씨는 2021년 2월 성동구청에 2018년에 기납부된 취득세액 전액을 환급해 달라는 취지의 경정청구를 했으나, 성동구청은 한씨의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결정을 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이용우 부장판사는 먼저 “부동산실명법 시행 이후 명의신탁약정에 의해 신탁자가 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더라도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1항에 의해 그 명의신탁약정은 무효이고 같은 조 제2항 본문에 따라 그 등기도 원인무효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취득세의 과세대상인 취득행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라는 법리를 설시했다.
이용우 부장판사는 “명의신탁의 유형 중 3자간 등기명의신탁의 경우에는 수탁자 명의로 등기가 이전되더라도 그 명의신탁은 무효이므로 수탁자는 취득세 납세의무가 없고 이 경우에는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잔금을 지급한 신탁자만이 사실상 취득자로서 취득세 납세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면서, “수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매수인)로 나선 계약명의신탁의 경우, 매도인이 만약 명의신탁약정을 몰랐다면 명의신탁약정 자체는 무효이지만 수탁자 명의의 등기는 유효이므로 수탁자에게 취득세 납세의무가 있고, 신탁자는 그 납세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반면 계약명의신탁에서 매도인이 명의신탁약정을 알았다면 수탁자 명의의 등기가 무효이므로 수탁자는 취득세 납세의무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이때도 신탁자는 계약자가 아니므로 취득세 납세의무가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명의신탁약정이 3자간 등기명의신탁인지 아니면 계약명의신탁인지의 구별은 계약당사자가 누구인가를 확정하는 문제로 귀결되는데, 계약명의자가 명의수탁자로 되어 있다 하더라도 계약당사자를 명의신탁자로 볼 수 있다면 이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이 된다. 따라서 계약명의자인 명의수탁자가 아니라 명의신탁자에게 계약에 따른 법률효과를 직접 귀속시킬 의도로 계약을 체결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명의신탁자가 계약당사자이고, 이 경우의 명의신탁관계는 3자간 등기명의신탁으로 보아야 한다.”는 대법원 2010다52799, 2019다300422 판결을 인용했다.
이 재판에서 피고 성동구청장은 “원고가 이 사건 부동산을 취득했음을 전제로 취득세를 스스로 신고·납부했으면서도, A조합과 피고 사이의 행정소송에서 원고와 A조합 간의 명의신탁이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단이 내려지자, 뒤늦게 명의신탁임을 내세워 취득세 납세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경정청구를 한 것은, 취득세가 신고납세 방식의 조세임을 감안할 때 지방세기본법 제18조가 규정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용우 부장판사는 “조세법률주의에 의해 합법성의 원칙이 강하게 작용하는 조세실체법과 관련한 신의성실의 원칙은 합법성을 희생해서라도 구체적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비로소 적용된다고 할 것인바, 납세의무자에게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으로 모순되는 행태가 존재하고, 그 행태가 납세의무자의 심한 배신행위에 기인했으며, 그에 기해 야기된 과세관청의 신뢰가 보호받을 가치가 있는 것이어야 하는 것인데, 피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는 원고의 행태가 심한 배신행위에 기인했다고 볼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하면서, 성동구청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이용우 부장판사는 “1. 피고(성동구청장)가 2021. 3. 5. 원고(한씨)에 대하여 한 2018년 귀속 취득세 등 246,624,000원의 경정 거부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피고 성동구청장이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