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손견정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27일 상임위원회를 열고, 국방부장관에게 양심적 병역거부권을 보장하는 대체복무제 도입 계획을 수립·이행할 것을 권고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국회의장에게는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해 국회에 발의된 ‘병역법 개정안’에 대해 대체복무심사기구의 독립적 운영, 공정성 확보 명시 등 일부 내용을 보완해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하기로 했다.
인권위는 그동안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대한민국에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 및 대체복무제 도입을 지속적으로 권고했고, 인권위 역시 2005년 대체복무제 도입 권고를 시작으로 2016년 11월 양심적 병역거부권 인정에 관한 헌법소원에 대한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하는 등 대체복무제 도입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으며, 2017년 5월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10대 인권 과제에도 “양심적 병역거부자 대상 대체복무 제도 마련”을 포함해 제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국제사회와 인권위 권고에 따라 노무현 정부에서는 2007년 대체복무제를 허용할 방침을 밝히기도 했으나, 2008년 12월 이명박 정부는 대체복무제 도입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고, 이후에는 한반도의 안보 상황에 대한 긍정적인 변화와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대체복무제를 도입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대법원은 대체복무제도는 입법자의 입법 영역에 맡겨져 있는 것으로서 아직 이러한 입법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현재로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서도 병역법 제88조 제1항을 적용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은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 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일부터 다음 각 호의 기간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사건에서 하급심의 무죄판결이 이어지고 있고, 지난 해 인권위가 실시한 국민인권의식조사에 따르면,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찬성 비율은 2005년 최초 조사(찬성 10.2%)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6년 현재 46.1%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같은 해 여러 여론조사기관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긍정적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등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도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인권위 상임위원회는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가 형사처벌로 해결할 수 없는 인권 문제이며, 양심적 병역거부권은 헌법 제19조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18조 양심의 자유 보호 범위 내 있다고 보고, 양심의 자유와 병역의 의무를 조화시키기 위해 대체복무제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2005년 12월 대체복무제 도입을 권고하면서 대체복무제 도입요건으로 △ 대체복무의 공정한 판정기구와 절차 △ 대체복무 영역 △ 대체복무 기간(현역의 1.5배)·생활형태(단체합숙 원칙) 등을 제시한 바 있는데, 현재 제20대 국회에 발의된 3건의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러한 기준을 대체로 충족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다만 대체복무제 운영에서 신청자에 대한 공정한 심사와 판정이 핵심인 만큼 대체복무심사기구의 독립적 운영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규정이 필요하며, 독일, 대만 등 다른 국가의 사례를 참고해 국방부 또는 병무청 소속으로 운영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보고, 이러한 점을 보완해 국회에서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조속히 입법되기를 기대하며, 국방부도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이행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국가인권위 위상 제고 방안과 관련해, 향후 국가기관이 인권위 권고 수용률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라고 하면서 우선적으로 각 국가기관 내지 기관장 평가항목의 하나로 인권위 권고 수용지수 도입 검토를 지시한 바 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