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아파트 지하주차장 주차구역이 아닌 내부 통로에 주차한 승용차 지붕에 주차금지 입간판을 올렸다가 1심에서 벌금형을 받았던 40대 남성에게 항소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의정부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심준보 부장판사, 오선아·김덕수 판사)는 재물손괴죄로 7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A씨가 제기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라는 판결을 선고했다.(의정부지방법원 2022노1151)
A씨는 2021년 1월 29일과 30일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창에서 B씨의 승용차가 통로에 주차돼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승용차 지붕 위에 플라스틱 재질의 주차금지 입간판을 올려 놓았다.
A씨는 B씨의 차량이 상습적으로 지하주차장 통행로 등에 주차돼 있어서 관리실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별다른 개선이 없자, 직접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 같은 행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그러자 B씨는 A씨가 입간판을 승용차 위에 올리는 모습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하고, 차량 지붕 위에 긁힌 자국의 사진과 인근 공업사의 35만원 상당의 수리 견적서와 함께 증거로 제출하면서 A씨를 형사고소 했고, 검찰은 A씨를 재물손괴죄로 기소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재물손괴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1심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찾아 법률구조를 신청하고 소송구조 결정을 받았다.
항소심에서 A씨를 변호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김상윤 변호사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승용차 지붕 위에 플라스틱 입간판을 올려놓은 것은 사실이나, 이로 인해 피해자의 승용차가 손괴됐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에게는 손괴의 고의도 없었다.”며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와 양형부당을 주장했다.
항소심의 판단은 1심과 달랐다.
항소심을 심리한 의정부지방법원 제1형사부는 무죄 판결을 선고하면서 “승용차에 올려둔 입간판이 각지거나 모서리가 없는 둥근 형태의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져 가볍고, CCTV 영상에서 A씨가 입간판을 지붕에 그대로 올려놓았을 뿐 끌거나 당기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과 차량 지붕 위 긁힘 부분이 입간판을 올려놓은 부위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고, 수리견적서도 사건 발생 이후 6개월이 지난 시점에 작성된 점과 실제 수리했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는 점, 긁힘 부분이 매우 경미해 승용차의 이용에 지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의 승용차의 효용을 해하는 손상이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A씨의 항소심 변호인인 김상윤 변호사는 “증거가 부족함에도 다소 무리하게 공소가 제기됐다. 원심에서 충분한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적극 변론해 무죄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