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노조 임원들에 대한 건설현장 불법행위사건 수사 진행 중 피의자 측에 수사정보를 누설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현직 경찰관에게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구지방법원 제5형사단독 정진우 부장판사는 공무상비밀누설죄 혐의로 기소된 대구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과 소속 40대 중반의 정보경찰관인 A경위에게 “피고인을 징역 10개월에 처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대구지방법원 2023고단2596)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에 따르면, 경찰청은 2022. 12. 7.경 ‘건설현장 갈취·폭력 등 조직적 불법행위’ 특별단속 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대구경찰청은 2022. 12. 15.경 특별단속 계획을 수립해 하달했다.
대구경찰청 광역수사대 강력범죄수사계는 이 단속계획 및 범죄첩보에 따라 건설현장 불법행위 사건 수사를 진행했고, 2023. 3. 13. 09:50경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 대구경북본부 본부장과 조직국장 등의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공갈)등 사건과 관련해 노조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대구지방검찰청에 신청했다.
그런데, 대구경찰청 공공안전부 공공안녕정보외사과 정보협력계 소속 정보경찰관인 A경위(’78년생, 남성)는 건설현장 관련 노동조합 간부 등과 접촉해 불법행위 첩보를 수집하면서, 2023. 3. 13. 11:35경 전국건설노조 대구경북본부 조직국장 B에게 전화해 ‘대구는 이번 주부터 시작하고요’, ‘업체는 40개 정도 되는 걸로’, ‘이번 주부터 아마 압수수색 들어갈거야’, ‘지금 윤본부장 이름도 거론 되더라’, ‘지금 업체가 40개 되니깐 대구, 부산, 광주 여기 업체들이 주이구요’, ‘기존에 말한 삥발이하던 노조들은 다 대상이고’, ‘민주노총, 한국노총, 윤본부장 이름도 거론이 되더라 지금’, ‘이게 오늘 내일은 아닌 것 같고, 보니깐 한 수목금 중에 가든가 안하겠나 싶다’, ‘제일 큰게 삥발이, 그리고 공갈했는거, 그렇게 지금 볼거야, 일단 그렇게 거론이 되고 있어’, ‘본부장한테 일단 이야기해주세요’라고 말하는 등 건설현장 불법행위 수사 관련 압수수색 절차 개시, 수사대상자, 수사대상 범죄행위, 피해자의 숫자 등의 정보를 알려줬다.
‘삥발이’는 작은 돈을 뜯어내거나 빼앗는 행위를 뜻하는 속어로, 여기서는 조합원이 고용되지 않은 건설현장에서 발전기금 등의 명목의 금원을 갈취하는 범행을 말한다.
이에 대구지방검찰청 이웅희 검사는 A경위를 경찰공무원으로서 직무상 비밀인 수사관련 정보를 누설했다며 공무상비밀누설죄 혐의로 기소했다.
A경위와 변호사는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강력범죄수사계와 같이 일을 하지 않아 정보교환이 없어 압수수색영장을 보거나 그 내용에 대해 들은 바 없다. 수사대상자의 경우 전혀 새로운 내용도 아니고 전국건설노조 대구경북본부장도 알고 대비하고 있었으며, 압수수색 내용을 알았다면 B도 수사대상자이므로 알려주었을 것이다. 수사대상 범죄행위의 경우 제일 비중있게 거론되고 있던 것이 타워월례비, 삥바리, 채용강요가 대부분이었는데, 타워월례비는 판결이 있어 이를 제외해 나머지 소위 삥바리가 주가 됐다. 피해자의 숫자는 이미 이전 통화 등에서 30개 중반의 숫자가 거론돼 업체를 40개 정도라고 한 것이다. 당시 다른 지역에서 영장신청이 되고 있어 대구 지역도 차례가 되었다고 생각해 이를 말했을 뿐 직무상 비밀을 취득해 누설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대구지방법원 정진우 부장판사는 먼저 관련법리로 “형법 제127조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것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다. 같은 조에서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이란 반드시 법령에 의해 비밀로 규정됐거나 비밀로 분류 명시된 사항에 한하지 않고 정치, 군사, 외교, 경제, 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은 물론 정부나 공무소 또는 국민이 객관적, 일반적인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포함하나, 실질적으로 그것을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본죄는 기밀 그 자체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비밀엄수의무의 침해에 의하여 위험하게 되는 이익, 즉 비밀의 누설에 의해 위협받는 국가의 기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직무상 비밀은 직무담당자가 그 지위 내지 자격에서 직무집행상 지득한 비밀을 의미하므로, 직무범위 내의 사실이면 그 비밀을 지득한 경위는 불문한다.”고 짚었다.
정진우 부장판사는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 “수사 대상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한다는 내용, 수사대상 범죄행위, 피해자의 숫자 등의 구체적인 수사계획은 객관적, 일반적인 입장에서 보아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이라면서, “당시 건설노조와 관련해 다른 지역에서 노조들에 대한 압수수색, 구속영장 등의 청구가 있었고, 대구 지역의 경우에도 수사에 착수해 진행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던 것은 사실이나, 그 압수수색의 실시계획, 구체적인 일시, 피해업체, 수사대상자 등에 관하여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2023. 3. 13. 11:35경 B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인사를 한 다음 B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압수수색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진술하고 있고, ‘녹음만 안 하면 돼’라고 웃으면서 반복하는데 이는 단순히 피고인의 추측을 알려준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당시 피고인이 지위 및 역할, 보고한 첩보의 내용, 당직상황, 다른 경찰관과의 통화내역 등을 고려하고, 그 통화시기,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주장과 같이 통화한 내용 전체를 피고인이 추측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일부 피고인 추측이 포함된 경우라고 해도 건설현장 불법행위 사건의 첩보, 수사진행 등의 과정에서 피고인이 직무상 지득한 비밀의 내용을 근거로 일부 판단을 포함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라면서, “피고인이 직무상 비밀을 지득해 이를 누설한 것으로 보이므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정진우 부장판사는 결국 피고인과 증인들의 일부 법정진술과 각 압수수색검증영장 사본, 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과 범죄첩보 보고, 인사기록카드, 통신자료회신서, 녹취록, 수사보고서 등을 증거로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정진우 부장판사는 양형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수사의 목적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를 누설한 것에 해당해 경찰 직무의 공정성을 해하고, 경찰관의 공정한 법 집행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한 범죄로서 피고인의 죄책이 무겁다.”면서, “다만, 당시 다른 지역에서 건설노조 간부 등에 대한 수사, 압수수색, 구속영장 등의 언론보도가 있었던 상황이고,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해 범죄수사에 실질적인 지장이 발생했는지는 확인되지 아니한 점, 피고인이 20년 넘게 경찰공무원으로 비교적 성실하게 복무한 것으로 보이는 점, 초범인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한다.”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