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한국전력공사(한전)에 전기를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조건으로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한 후 사용전 안전검사에 불합격해 전기를 판매하지 못한다면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태양광 발전설비 시공이 무분별하게 방문판매 되고 있는 시점에 나온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서울동부지방법원 민사31단독 박정호 판사는 태양광 발전설비 시공업체 ㈜참존에너지가 A씨를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청구소송에서 청구기각 판결을 선고했다.(서울동부지방법원 2022가소233497)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경남의 한 어촌 마을에 거주하는 70대 중반의 A씨는 2021년 4월 태양광 발전설비 시공업체 ㈜참존에너지에서 나온 직원 B씨의 방문을 받았다.
B씨는 “집 옥상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면 전기료를 아낄 수 있고, 남는 전기는 한전에 팔 수 있다.”며 설치를 A씨에게 권유했다. B씨는 한전에 20년간 전기판매계약을 맺게 해주고, 만약 안전검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시공비 전액을 환불하고 추가 비용 없이 원상복구해준다는 조건도 걸었다. 이에 A씨는 공사대금 2천5백만 원에 ㈜참존에너지와 계약을 체결했다.
㈜참존에너지는 보름만에 시공을 마친 뒤 A씨가 한전에 전력구입계약(PPA) 신청서를 제출토록 했다. 그러나 A씨 집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는 한국전기안전공사의 사용전 안전검사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고, ㈜참존에너지는 보완공사를 진행하겠다고 했으나 ㈜참존에너지 관계자가 방문해 둘러보는 수준에 그쳤다.
A씨는 일이 진척을 보이지 않자 한전을 직접 방문해 진행 상황을 파악했는데, 한전 관계자는 “본인 스스로 전력수급 계약을 취소해 놓고는 왜 딴소리를 하느냐?”며 핀잔을 주었다. 한전 직원이 내민 계약취소신청서에는 A씨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A씨는 ㈜참존에너지에 항의했지만, ㈜참존에너지는 “당신이 제출한 것이 맞다.”면서 공사대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방문해 법률구조를 신청했다.
이 재판에서 ㈜참존에너지는 매월 150건 가량의 태양광 발전소를 시공하는 전문업체임을 내세우며 “공사가 완료되었으므로 A씨가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를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은 “한전 등과의 계약체결을 이행 못할 경우 환불하고 무상철거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제출하며 반박했고, 특히 “한전에 제출된 계약취소신청서의 도장은 A씨의 인감증명서와 다르고, 시중에서 흔히 사용되는 조립도장의 글씨체다.”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동부지방법원 박정호 판사는 B씨의 항변을 받아들여 A사의 공사대금 지급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박 판사는 판결이유에서, 확약서 내용대로 이행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B씨가 해제약정에 따른 계약해제 의사표시에 의해 시공거래계약은 해제되었다.”고 판시했다.
이 소송에서 B씨를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김기환 변호사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태양광 발전시설이 방문판매까지 되고 있다. 농어촌에 거주하는 고령의 어르신들은 계약 문제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참존에너지는 태양광 발전설비 설치·도소매업을 하면서 관할 지방자지단체인 송파구청에 방문판매업 신고 없이 영업을 하다가 2023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기도 했다.
공정위 의결서에 따르면, ㈜참존에너지는 2021년 1월 15일부터 11월 29일까지 방문판매를 통해 1,056명에게 태양광 발전설비를 판매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