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골프 경기 도중 뒤에서 날아온 골프공에 맞아 뇌진탕 진단을 받은 피해자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가해자의 책임을 80%까지 인정한 법원판결이 나왔다.
골프장 타구 사고 시 가해자의 책임을 60%로 제한해 온 기존 판례들과 달리, 가해자가 경고음을 내지 않은 사고경위 등을 고려해 가해자의 책임범위를 확장한 판결이다.
대구지방법원 영천시법원 김정도 부장판사는 골프 경기 중 골프공에 맞은 피해자 A씨가 가해자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B씨는 A씨에게 4,105,512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선고했다.(대구지방법원 영천시법원 2023가소30463)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경북의 한 골프장에서 경기보조원인 캐디로 일하는 A씨는 2020년 6월 동료 캐디 3명과 함께 근무지 인근의 다른 골프장에서 골프경기를 가졌다. 이들 일행 4명은 모두 초보였고, 특히 동료 B씨에게는 이날이 두 번째 골프장 라운딩이었다.
B씨는 경기 초반부터 난조를 보여 공이 벙커에 빠지자 다섯 번이나 스윙을 했지만 벙커를 벗어나지 못했다. 앞 팀은 이미 홀을 빠져나갔고 후속 팀은 뒤쪽 홀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이에 A씨와 캐디는 B씨에게 “공을 집어 카트를 타고 그린 앞 어프로치를 할 수 있는 위치로 옮기자”고 제안했고, B씨도 이에 동의해, A씨는 캐디와 함께 40미터 전방 카트로 이동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B씨는 함께 이동하지 않고 골프공을 쳤고, 이 공에 머리를 맞은 A씨가 쓰러졌다. 병원에서는 ‘열린 두 개 내 상처가 없는 뇌진탕’ 즉 두개골 골절은 없지만 뇌진탕에 해당한다고 진단했다.
사고경위와 관련해 양측의 주장은 엇갈렸다.
A씨는 “B씨가 약속을 어기고 벙커에서 꺼낸 공을 그린에 올려놓고 쳤다. 전방에 있는 사람들에게 ‘볼!’이라고 외치는 등의 사전경고도 없었다”고 주장했고, B씨는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 캐디업으로 10년 이상을 보낸 A씨가 타구자의 전방에 있는 것의 위험성을 잘 알면서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부상을 당한 A씨는 1년 넘게 B씨와 입씨름을 벌였고, 결국 진정성 있는 사과와 적절한 배상을 받지 못할 것으로 생각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기로 했다.
B씨는 2022년 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돼 벌금 70만원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민사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는 양측이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B씨와 B씨의 손해보험사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2013가단5185617사건 2015년 판결과 2016가단5065264 사건 2017년 판결 2건을 살펴보면, 타구 사고 가해자의 책임을 60%로 제한하고 피해자의 과실을 40%로 인정했다.”면서, 손해배상금액의 최고치를 180만원으로 제시했다.
A씨는 이러한 손해배상 계산법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했으나 법리로 대응하기는 어려워 대한법률구조공단을 방문해 법률구조를 신청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보험사가 내세운 판례에서는 피해자가 일행의 티샷 이전에 앞으로 나가면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앞으로 나간 잘못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A씨를 비롯한 일행 4명이 전방에 있는데도 약속을 어긴 채 아무런 경고음도 내지 않고 골프공을 쳤다.”고 반박하면서, 치료비 등 적극손해 75만원과 위자료 8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대구지방법원 영천시법원 김정도 부장판사는 사건경위 등을 고려해 A씨의 과실을 20%로 인정하고, B씨에 대해 A씨에게 적극적 손해 605,512원과 위자료 3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은 피고 B씨가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이 소송에서 A씨를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유현경 변호사는 “과거 판례에서 골프장 타구사고 피해자의 과실이 40%로 인정된 사례가 있으나, 사고경위, 플레이어의 위치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해 과실비율은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