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23. 7. 18. 발생한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 관련 교권침해 대책으로 정부가 ‘학생인권조례’ 개정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교사 인권침해 상황 학생인권조례 제정 탓으로 돌리려는 일각의 주장 경계해야 하며, 교사와 학생의 인권은 상생관계, 학교 구성원 모두의 존엄성을 지키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위원장 성명을 발표했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28일 성명을 통해 “한 초등학교 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 자리를 빌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송 위원장은 먼저 “교사들은 폭력의 위험, 과도한 민원이나 무고한 아동학대 신고로 ‘교육’에 전념하기 어렵다는 고충을 토로한다. 교원의 인권과 교육활동이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교육당국은 교권 보호를 위한 관련법 개정,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 가이드라인과 민원 응대 매뉴얼 마련 등의 대책을 밝히고 있다.”면서, “인권위는 교육현장의 문제의식과 교원의 인권보장 필요성에 공감하며, 교원의 인권 개선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이어 “그런데 이러한 교사에 대한 인권침해 상황이 그간 학생인권을 강조함으로써 생겨난 문제라거나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탓으로 돌리려는 일각의 주장에는 경계해야 할 점이 있다.”고 짚었다.
송 위원장은 “교사의 교권과 학생의 인권은 결코 모순·대립되는 것이 아니고, 따라서 택일적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학생인권과 교권의 충돌 사례로 제시된, 학생의 교사 폭행이나 수업 방해, 학부모의 괴롭힘 등 행위는 학생인권과 다른 차원의 문제다. 교사의 교권과 학생의 인권을 조화롭게 보호·증진할 수 있는 학교문화, 교육환경 전반을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할지의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송 위원장은 “학생인권조례의 취지는 인권의 주체로서 학교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던 학생의 인권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보호하는 데 있다. 학생인권조례가 가져온 긍정적 변화는 결코 작지 않다.”면서, “체벌 관행이 점차 사라지고 여학생 속옷까지도 점검하던 복장 규제가 없어지고, 학생이 학칙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하는 등 학교를 인권친화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 학생인권조례가 지향하는 방향에 공감한 교사들의 다양한 실천 노력도 진행됐다. 힘들게 쌓아온 이러한 노력들이 후퇴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10월 경기도교육청에서 처음 제정·시행돼, 현재는 전체 17개 시·도교육청 중 경기·광주·서울·전북·충남·제주·인천 등 7개 시·도교육청에서 시행 중이다.
송 위원장은 “현재 인권침해로부터 교원을 보호할 장치나 수단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훼손되고 교사에 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요인과 양상은 다양하다.”면서, “학생인권조례가 추구하는 학생인권 보호와 지금 학교현장이 요구하는 교권 보장 모두가 실현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의 인권 두 가치를 모두 충족하는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인권위는 8월 초 교원단체 간담회를 갖고 교육현장의 의견을 청취하고, 교육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아동학대 판단 매뉴얼 마련도 검토할 계획이며, 아울러 교원 인권상황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해 인권친화적 학교 만들기 관련 종합적인 정책권고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인권위는 2012년 7월 교육부장관 및 17개 시·도교육감에게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종합권고’를 한 바 있는데, 그동안의 학교 현장의 변화와 현재 제기되는 문제를 반영해 교원과 학생 모두의 인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끝으로 “교육당국은 교원들이 처한 인권 상황을 촘촘히 살펴보고, ‘인권친화적 학교 만들기’ 관점에서 학교 구성원이 안전하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종합적인 대책 마련에 힘써주기 바란다.”면서, “이 과정에서 여러 교원단체와 현장 교원들, 그리고 전문가의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