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7월 11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권영준 대법관 후보자가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재직하면서 최근 5년간 총 38건의 법률의견서와 증언 등의 대가로 로펌으로부터 18억1천만 원이 넘는 보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자, 전관·후관예우 우려와 대법관 자격에 의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법관(권영준·서경환)임명동의에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7곳의 로펌에 63건의 법률의견서와 증언 등을 제공한 대가로 총 18억1천561만 원을 받았다.
이중 절반 이상인 9억4천651만 원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받았고,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에서 3억6천260만 원, ‘법무법인(유한) 세종’에서 2억4천만 원, ‘법무법인 피터앤김’에서 1억3천5백만 원, ‘법무법인(유한) 율촌’에서 8천150만 원, ‘법무법인(유한) 한결’에서 3천만 원, ‘법무법인(유한) 바른’에서 2천만 원을 받았다.
권영준 후보자가 5년간 김앤장에서 받은 보수는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면서 받은 근로소득보다도 많았다. 국회에 제출된 대법관(권영준)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권영준 후보자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대에서 매년 약 1억1천만 원에서 1억2천만 원을 받았는 데, 같은 기간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는 연평균 1억8천930만2천 원을 받은 것이다.
법률의견서 한 건의 보수는 최고액이 5천만 원이었고, 최저액은 국제중재 증언 등의 대가로 1천만 원이었다.
로스쿨 교수가 로펌의 의뢰로 법률 의견서를 작성해 주고, 로펌이 이를 법원에 제출해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2016년 서울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하다 대법관이 된 김재형 전 대법관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대형로펌에 의견서를 작성해 준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장혜영 의원은 “대학교수로서 로펌서 건당 수천만 원에 이르는 보수를 받고 소송 어느 일방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의견서를 작성해 준 것이 학자 윤리에 맞는지 의문이다. 특히 대형로펌이 관여된 사건을 많이 다루게 될 대법관으로서는 아무리 불편부당한 판결을 하더라도 공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로펌서 수 억원의 보수를 받고 소송 일방 당사자에 유리한 의견서를 작성해 준 후보자가 대법관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인사청문회를 통해 따져 묻겠다.”고 밝혔다.
권영준 후보자는 이에 대해 “보수의 많은 부분은 국제중재 절차 전문가 증인 활동에 의한 것이고, 받은 보수는 일반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것”이라면서, “소신에 반하는 경우에는 요청을 단호하게 거절해왔다.”고 밝혔다.
대법관(권영준·서경환)임명동의에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간사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김병욱·민형배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정도면 권영준 후보자가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며 받은 근로소득 보다 대형로펌에 법률 의견서를 써주고 받은 수입이 더 많다고 할 수 있어서 권후보자의 본업이, 과연 학문을 연구하며 후학을 양성하는 학자인 것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앞으로 대법원에서 더욱 자주 대형 로펌을 마주하게 될 권영준 후보자의 공정성과 균형감을 의심하게 만들고, 전관예우·후관예우 우려를 더욱 짙게 만든다.”면서, “권영준 후보자는,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더 이상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국민들 앞에 고액 법률의견서 작성 경위를 명명백백하게 밝히십시오.”라고 촉구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