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손견정 기자]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총경 노규호)는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며 금융기관에 허위로 지급정지를 신청하고 이를 빌미로 도박사이트 운영자를 협박해 약 7억원을 갈취한 조직폭력배 4개파 11명 등 총 19명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공갈, 사기 등의 혐의로 검거해 그 중 A씨(30세) 등 4명을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조폭 P파 A씨 등 5명은 2012년 7월부터 2015년 1월까지 전국 각지에서 보이스피싱을 당했다며 금융기관 등에 약 220회 허위 지급정지를 신청하고 도박사이트 운영자를 상대로 이를 해제하는 조건으로 협박해 약 5억원을 갈취했다.
조폭 Q파 B씨(30세) 등 4명은 2013년 6월부터2015년 8월까지 284회 지급정지를 신청해 도박사이트 운영자 상대로 약 7천만원을 갈취했고, 도박에 1억원을 베팅한 후 대출사기를 당했다며 피해구제를 신청해 6천만원을 환급받기도 했다.
범행 당시 금융기관에 근무하던 A씨는 2012년 12월부터2013년 5월까지 계좌를 불법 조회해 5회에 걸쳐 P파 선배 조직원에게 타인의 금융계좌 거래정보를 제공했고, C씨(36세) 등 10명은 2012년 4월부터 2017년 1월 각각 동일한 방법으로 320회 허위의 지급정지를 신청했다.
이들은 허위신고 시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지급정지를 신청했고 도박사이트 운영이 불법이기 때문에 상대방이 쉽게 신고할 수 없다는 점을 범행에 이용했다.
이번 사건의 특징은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금융기관 등에 신고하면 사기이용계좌 전부를 즉시 지급정지하고, 경찰서에서 사실확인원을 발급받아 금융기관에 제출하면, 금융감독원이 2개월간 채권소멸절차 공고를 한 후 이의제기가 없으면 피해자에게 피해금을 환급하는 보이스피싱 피해구제 제도를 악용한 사례라는 데 있다.
보이스피싱은 피해금원이 인출되지 않도록 지급정지 하는 게 가장 시급하기에 신고 접수기관에서는 입금내역만 확인되면 지급정지 한다는 점을 피의자들이 오히려 악용했던 것이다.
피의자들의 범행기간은 각각 다르지만 약 5년간 820회 가량 지급정지를 했고 1인 최대 신고건수는 178회, 하루에 많게는 3번까지 신고했는데, 이와 같은 허위신고는 금융기관 등의 행정력 낭비는 물론 촌각을 다투는 실제 피해자들에 대한 대응이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또 이번 사건 피의자들은 같은 지역 조직폭력배 2개파 9명이 각각의 지급정지팀을 결성하고 모텔과 아파트에 합숙하며, 도박사이트 정보 입수?지급정지?협박?인출책 등으로 역할을 세분화해 조직적으로 범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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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도박으로 돈을 잃더라도 지급정지를 악용하기로 하고 1억원을 29회에 걸쳐 고액 도박에 베팅하고 이를 잃자 대출사기를 당했다며 허위로 신고해 6천만원을 피해환급금 명목으로 돌려받기도 했다.
한 때 조직폭력배 행동대원이었고 범행 당시 금융기관에 근무하고 있던 A씨는 선배 조직원의 요구를 받고 계좌를 무단조회한 후 범행에 사용할 타인의 계좌정보를 제공해 줌으로써 범행에 가담했고, 금융기관 퇴사 후에는 단독으로 100회 가량 지급정지를 하고 1,300여만원을 갈취한 것이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유흥업소 및 서민상대 갈취?집단난동등 전통적 불법 행위에서 벗어나 소규모로 활동하며 사회제도를 악용하고 범행수법 정보도 공유하는 등 조직폭력배 범죄의 지능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사건 피의자들에게 적용되는 법규정 및 법정형은 다음과 같다.
【공갈】형법 제350조 제1항, 10년↓ 징역 또는 2,000만원↓ 벌금
【사기】형법 제347조 제1항, 10년↓ 징역 또는 2,000만원↓ 벌금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위반】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제16조, 3년↓ 징역 또는 3천만원↓ 벌금
【금융실명거래법위반】금융실명거래법 제6조 제1항, 5년↓ 징역 또는 5,000만원↓ 벌금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금융감독원에서 허위신고 의심자료를 받아 수사한 것으로, 향후에도 범죄피해 예방을 위해 만든 지급정지 제도를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관기관과 공조하여 지속적으로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단 관계자도 “금번 서울경찰청의 허위신고자 19명 검거는 금감원이 집적한 DB를 실제 수사에 활용한 협업 모범사례로서, 본 사건 수사를 계기로 향후 허위신고 등으로 보이스피싱 지급정지 제도를 악용하지 못하도록 경각심을 고취하고 있다”면서, “현재 허위신고 의심자에 대한 수사가 관할 경찰서별로 진행 중에 있으므로, 금감원은 앞으로도 수사기관과의 공조를 견고히 해 나갈 예정이며, 아울러, 허위신고자에 대한 ‘금융질서문란행위자’ 등록을 현재 추진 중이며, 금융회사가 피해구제 신청 접수시 허위신고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도록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질서문란행위자로 등록되면, 신규 대출 거절, 신용카드 한도 축소·이용 정지, 신규 계좌 개설 및 보험가입 거절 등 최장 12년 동안 금융거래 시 불이익을 받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로부터 정보를 제공받거나 금감원 자체 분석을 통해 허위신고 의심자 DB(개인별 지급정지 내역 및 횟수 등)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번 수사결과도 금감원이 자체 구축한 보이스피싱 허위신고 의심자정보를 서울경찰청에 제공하고 상호 공조활동을 전개해 이루어진 성과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