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종업원의 임금을 주지 않기 위해 사직서를 변조하고, 형사처벌을 받은 뒤에야 임금을 지급하더니, 바로 반환소송을 남발하면서 생업에 바빠 이의신청을 못한 근로자의 임금을 강제집행한 사업주에게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근로자는 7년간의 쟁송 끝에 임금 340만 원을 지켜낼 수 있었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민사12단독 김영민 부장판사는 50대 근로자 A씨가 사업주 B씨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A씨는 B씨가 운영하는 건설장비 업체에서 2015년부터 2016년 사이에 1년 남짓 일했으나 임금 550여만 원을 지급받지 못했다.
A씨는 고용노동청에 진정을 제기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하게 되자 임금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사업주 B씨는 근로기준법 위반으로도 형사기소 돼 벌금 200만 원의 형을 받았다. B씨는 이에 불복해 항소를 거쳐 대법원 상고까지 했으나 기각됐다.
B씨는 임금청구사건에서는 A씨가 낸 사직서를 변조해 법원에 제출한 것이 적발돼 사문서변조죄 등으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의 형을 선고받고, 항소했으나 역시 기각됐다.
B씨는 형사소송을 이어가던 도중 A씨와 700만원에 합의했고, A씨는 3개의 민·형사사건 재판부에 고소취하장을 제출했다.
그런데, 고소취하 이후 1달여 사이에 B씨는 A씨를 상대로 급여를 이중으로 지급한 부분이 있다는 내용으로 3건의 부당이득금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B씨는 3년 전에도 같은 내용으로 소송을 제기해 전부 기각됐으나 다시 3건의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A씨는 2건에 대해서는 적극 대응해 승소했고 B씨가 항소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그러나 나머지 1건의 소송에서 A씨가 직업 특성상 여러 곳을 옮겨다니며 일하느라, 법원의 이행권고결정에 대해 2주 이내에 이의신청을 하지 못해 확정됐다.
B씨는 이 판결을 근거로 A씨의 급여를 압류해 340여만 원을 추심했다.
결국 A씨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방문해 법률구조를 신청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B씨가 이행권고결정을 통해 A씨의 급여에 압류·추심한 것은 부당이득에 해당한다고 보고 반환청구소송을 제기했다. B씨도 이에 맞서 2천만 원을 반환하라며 맞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김영민 부장판사는 B씨가 추심해 간 돈 전부를 반환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선고했다.
B씨는 이 판결에도 불복해 항소했고, A씨는 7년 만에 미지급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이번 소송에서 근로자 A씨를 대리한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김혜리 변호사는 “법의 허점을 이용해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에도 동일한 취지의 소송을 반복하거나 항소를 남발한 사례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10·19부터는 남소 시 법원 결정으로 과태료 최고 500만 원 부과
한편 올해 10월 19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민사소송법 제219조의2에 따르면, 소권(항소권 포함)을 남용해 청구가 이유 없음이 명백한 소를 반복적으로 제기한 경우에는 법원은 결정으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할 수 있게 된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