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휴대전화에 벨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 등이 표시되도록 해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도 실제 전화통화가 이루어졌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스토킹범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한국여성변호사회가 적극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법원 제3부(재판장 안청상 대법관, 주심 이흥구 대법관, 노정희·오석준 대법관)는 ‘스토킹 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남성 A씨의 상고심에서 스토킹범죄 혐의 일부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으로 환송하는 판결을 이달 18일 선고했다.(대법원 2022도12037)
대법원은 판결 이유로 “전화를 걸어 상대방의 휴대전화에 벨소리가 울리게 하거나 부재중 전화 문구 등이 표시되도록 해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는 실제 전화통화가 이루어졌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다목의 스토킹행위에 해당하며,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전화를 걸어 상대방과 전화통화를 해 말을 도달하게 한 경우, 그 전화통화 내용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었음이 밝혀지지 않았더라도 스토킹행위에 해당할 수 있고, 상대방과의 전화통화 당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 ‘말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음향, 글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로서 스토킹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김학자)는 2022년 헤어진 연인에게 하루 4시간 10차례 연속으로 전화를 걸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 ‘스토킹 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50대 남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인천지방법원 2022고단5049 판결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 바 있다.
당시 하급심 판결의 무죄 선고 이유는 피고인이 전화를 계속 걸었으나 피해자가 전화를 받지 않아 ‘부재중전화’가 표시된 상황으로, 전화기에 울리는 벨소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상의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상대방에게 송신된 “음향”으로 볼 수 없으므로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항 제1호가 정의하고 있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말·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로 볼 수 없으므로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당시 하급심 판결이 “정보통신서비스 이용자의 보호 및 안전한 환경 조성을 목적으로 하는 정보통신망법과 스토킹을 범죄로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스토킹처벌법의 입법목적이 전혀 다름을 간과했고, 스토킹행위의 정의규정을 지나치게 법기술적으로만 해석해 스토킹 피해 행위의 맥락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법원은 스토킹처벌법의 입법목적, 문제되는 정의규정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스토킹 피해자 관점에서 피해 맥락에 대한 판단 등을 통해 한층 더 피해자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스토킹처벌법의 입법 취지와 목적, 입법연혁 등을 고려해 피해자를 신속하고 두텁게 보호하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적극 환영하면서, “스토킹행위는 피해자의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파괴하고 강력범죄로 이어질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야기하므로, 초기부터 엄정한 수사와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