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을릉도 여행패키지에서 처음 만난 20대 여성에게 3일 동안 부재중 전화를 포함해 6회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1회 보내고, 야간에 옆방에서 쿵쿵 소리와 욕설, 큰 소리로 벽을 친 50대 남성의 스토킹범죄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판결을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한 항소심 법원 판결이 나왔다.
춘천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이영진 부장판사, 배성준·정혜원 판사)는 스토킹범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던 1970년생 남성 A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2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에게 40시간의 스토킹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한다. 피고인에게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는 유죄판결을 선고했다.(춘천지방법원 2023노184)
항소심 법원이 인정한 범죄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11월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을릉도 여행패키지에서 27세 여성 B씨를 처음 알게 됐다.
그런데 A씨는 당시 2박3일 일정의 을릉도 여행 첫날 경북 울릉군 언덕의 횟집에서 B씨와 저녁으로 회를 먹으며 연락처를 알아낸 뒤 이날 오후 8시 15분경부터 패키지여행 마지막 날 오전 5시 18분경까지 3일에 걸쳐 B씨에게 총 6회 전화, 총 1회 문자메시지를 전송하고, 2일차 밤 9시경부터 3일차 오전 1시경까지 옆방에서 계속 쿵쿵 소리와 욕설을 하고, 계속 큰 소리로 벽을 치고 시끄럽게 했다.
검찰은 A씨의 이러한 행위가 피해자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피해자에게 지속적 반복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글이나 음향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로 피해자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는 스토킹을 한 것이라며 스토킹범죄의처벌등에관한법률(‘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 사건 1심을 맡은 춘천지방법원 형사2단독 박진영 부장판사는 A씨의 행위에 대해 “사회일반인의 기준에서 볼 때, 그 내용이 B씨에게 당황스러움, 불쾌함, 불편함 등의 감정을 넘어 불안감 내지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고, ‘전화기의 벨소리’와 ‘부재중 전화’ 표시를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사는 “A씨가 피해자에게 전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행위는 피해자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보아야 한다. 피해자에게 수차례 전화를 해 부재중 전화 표시 등을 나타나게 한 행위는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다목, 옆방에서 쿵쿵 소리를 내고 욕설을 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은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라목의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그럼에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항소했다.
검사는 항소심에서 공소사실 중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를 “전화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거나 직접”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했다.
항소심을 심리한 춘천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검사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허가하면서 직권파기사유를 들어 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전화를 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행위는 정당한 이유가 없을 뿐만 아니라, 사회평균인의 관점에서 피해자에게 단순히 당황스러움, 불쾌함, 불편함 등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을 넘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하다고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그러한 판단의 근거로 먼저 “피고인은 피해자를 처음 만난 날 늦은 시각인 22시경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남자친구와 키스, 성관계를 했는지 등에 관해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내용의 질문을 했고, 피해자가 통화 중단을 원한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시하자, ‘이런 질문을 하는 것에 숨은 뜻을 파악하지 못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리고 피해자는 그 다음날 이른 아침부터 계속된 피고인의 반복적인 전화를 수차례 받지 않고 여행 내내 피고인을 피해 다녔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같은 날 19:36경 피해자에게 ‘미안 몸은 좀 어때 약 사가려구 전화해두 안 받아서 혼자 바닷가 걷다 들어옴. 몸은 좀 괜찮어. 좀 먹어야 하는 거 아녀’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했다.”면서, “여행패키지를 통해 울릉도에서 홀로 여행 중이던 피해자는 피고인의 위와 같은 말과 글로 인해 피고인이 자신에게 집요하게 성적인 접근을 하거나 자신의 방으로 찾아올 수도 있다는 상당한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 당시 피해자는 20대 후반의 젊은 여성으로 홀로 육지에서 떨어진 섬인 울릉도로 여행을 가 격리된 섬에서 이틀간 숙박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고, 긴급한 상황에서 구조를 요청할 가족이나 친구가 곁에 없었다.”면서, “피고인은 51세의 남성으로 피해자가 묵고 있는 방의 바로 옆방에 머물고 있었는데, 처음 만난 피해자에게 식사자리에서 자신이 강릉에서 오랫동안 조폭 생활을 했다는 등의 말을 한 뒤 늦은 밤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 중단을 원하는 피해자를 상대로 22분간 통화를 하며 성적인 언동을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부재중 전화 표시 등이 나타나도록 한 행위에 대해서는 “‘전화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글·부호·음향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해 피해자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으로서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다목의 스토킹행위에 넉넉히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스토킹처벌법 제2조 제1호 다목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부호·문언·음향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우편, 전화, 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글·부호·음향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까지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직접 음향 등을 송신하지는 않았더라도, 전화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전화기가 만들어낸 음향 등(전화기의 벨소리, 진동음, 부재중 전화 표시 등)을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했던 이상 위 행위는 당연히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범죄 피해자가 스토킹으로 인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입지 않도록 보호하고, 범행 초기에 가해자에 대한 처벌 및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이루어지도록 하여 스토킹이 폭행,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지 않도록 방지함에 그 입법목적이 있다.”면서, “피해자가 전화의 수신을 거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반복적으로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부재중 전화 표시 등이 나타나도록 하는 행위는 피해자가 전화를 받은 후 직접 말·음향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만큼이나 피해자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이어서 이 또한 ‘스토킹범죄’로 규율함이 스토킹처벌법의 입법취지 및 입법자의 의사에 부합한다.”고 설시했다.
재판부는 양형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울릉도 여행에서 처음 만난 여성 피해자에 대해 지속적·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한 것으로, 범행의 경위, 태양 등에 비추어 그 죄질과 범정이 나쁘다. 피해자는 피고인이 지속적·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함에 따라 상당한 공포심과 불안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고 있다.”면서, 그 밖에 피고인의 나이, 전과,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와 경위,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변론과 기록에 나타난 여러 양형조건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정한다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