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팩트 김명훈 기자] 대포통장이 각종 범죄의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개인명의 금융계좌 개설요건은 강화된 반면, 법인설립 절차가 상대적으로 용이해지자, 대포통장은 개인 명의를 이용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유령법인 설립 후 법인통장을 개설?유통하는 형태로 진화해, 2차 범죄인 보이스피싱, 인터넷 도박, 대출사기 등 각종 민생침해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대검찰청 강력부(부장 박민표(53세, 사법연수원 18기))는 21일 전국 보이스피싱, 인터넷 도박 전담검사들이 참여하는 유령법인 명의 대포통장 근절을 위한 화상회의를 개최하고, 대포통장 유통사범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2016년 하반기부터 2017년 6월까지 전국 7개 검찰청에서 대포통장 유통조직을 수사한 결과, 대부분 100여개의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대포통장을 대량으로 유통시킨 것으로 나타났고, 조직폭력배가 포함된 16개 조직 274명을 적발해 73명을 구속했다.
통상 1개 법인 명의로 수개의 대포통장이 발급되는데, 법인명의의 대포통장 발생 수는 2015년 1,001개에서 2016년 1,300개로 약 30% 증가했다.
- 서울북부지검, 유령법인 71개를 설립해 대포통장 289개를 유통한 5개 조직 61명 적발해 11명 구속
- 인천지검, 유령법인 33개를 설립해 대포통장 464개를 유통한 1개 조직 등 38명 적발해 9명 구속
- 춘천지검, 유령법인 135개를 설립해 대포통장 564개를 유통한 4개 조직 92명을 적발해 13명 구속
- 대구지검 서부지청, 유령법인 122개를 설립해 대포통장 467개를 유통한 3개 조직 34명을 적발해 15명 구속
위와 같이 이날 발표된 검찰의 주요 수사사례를 살펴보면, 대규모 통장유통에 따른 범죄수익의 증가로 광주, 대전, 충남 유성, 전북 전주·군산지역 조직폭력배가 다수 개입하고 있음이 확인됐고, 유통조직은 점점 전문화와 점조직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유령법인은 설립 시 주금납입증명, 잔고증명이 필요 없어, 사실상 자본금 없이도 설립 가능한 유한회사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고, 법인명의 대포통장은 명의 대여자의 변심 등 소위 ‘뒤탈’이 생길 여지가 적어 월당 사용료 1백∼2백만원의 고가에 거래되고 있었다.
특히 범행 가담자들 중에는 노숙자는 물론 금전적 대가를 노린 대학생, 가정주부, 회사원 등 일반 시민도 다수 포함되어있어 최근 어려운 경제상황과 맞물려 대포통장 유통이 사회저변에 확산되고 있었다.
대포통장 유통조직은 총책, 명의대여자 모집, 유령법인 설립, 대포통장 개설 및 판매 등으로 역할이 세분화되고 점조직화되어 있었고, 유통조직이 보이스피싱, 불법 도박사이트 등 조직에 대포통장을 제공하거나,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서 직접 대포통장 개설 조직을 두기도 했다.
대검은 대포통장 유통조직을 수사한 검사들의 수사사례 발표를 통해 수사 노하우를 전국적으로 전파하고, 18대 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전담수사팀(검사 47명, 수사관 70명) 및 인터넷 도박 전담검사를 중심으로 보이스피싱 사범관리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는 등 수사력을 집중해 엄벌하기로 했다.
대검이 이날 발표한 대포통장 유통사범 강력 대응책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전담수사팀 중심 단속 강화
◆ 대포통장이 주로 이용되는 범죄인 ‘보이스피싱’과 ‘인터넷 도박’ 전담수사팀(전담검사)을 중심으로 단속 강화
※ 화상회의를 통해 유령법인 명의 대포통장 조직을 수사한 검사 2명이 수사사례 발표, 노하우 전파
◆ ’보이스피싱 사범관리시스템‘에 축적된 유령법인 명의 대포통장 데이터베이스를 적극 활용해 범죄연관성 분석, 추가 범행 등 추적
※ 검찰은 2016년 8월부터 보이스피싱 사범관리시스템을 운영 중이며, 2017년 6월 현재 보이스피싱 사범 48,310명 관련 휴대전화, 계좌번호 등이 축적되어 있다.
2. 처벌 강화 및 범죄수익 철저 박탈
◆ 보이스피싱, 불법 도박사이트 등 수사 시 범죄에 사용된 대포통장 관련자의 유통범죄 뿐 아니라 공범성립 여부 철저 수사
◆ 유통조직 관여자 및 대가수수 명의대여자 원칙적 구속수사, 단순 명의대여자도 구공판 원칙
◆ 대포통장 판매대가 등 범죄수익 박탈 철저
3. 제도개선 추진
◆ 전자금융거래법 법정형 상향 추진
- 대포통장 유통범죄는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악용되는 폐해가 심각하나, 법정형이 징역 3년 이하로서 엄정 처벌에 한계가 있음
※ 형법상 범죄단체는 장기 4년 이상 해당 범죄를 목적으로 하여야 처벌이 가능한데, 대규모 유통조직도 범죄단체로 의율해 엄단하기 어려움
- 주관 부서인 금융위원회와 협력해 법정형 상향 추진
◆ 법인 명의 통장 개설 요건 강화 추진
- 2016년 4월 거래실적 없는 신설법인의 계좌개설시 세금계산서 등 증빙 없이도 계좌개설을 허용했는데, 이를 악용한 법인명의 대포통장 양산되고 있다.
- 유한회사는 조직과 규모가 적어 설립 시 개설한 2∼3개의 주거래 은행 통장으로 운영 가능하므로, 추가 계좌 개설시 거래내역, 세금계산서 등 소명자료를 제출토록 금융감독원과 협력, 제도 개선 추진
◆ 대포통장 계좌 지급정지 범위 확대
- 보이스피싱 관련 대포통장은 수사기관 요청으로 지급정지(전기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4조)가 가능하나, 인터넷 도박 등 관련해서는 지급정지 제도가 없다.
- 주관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와 협력해 인터넷 도박 등 관련 대포통장 계좌 지급정지 제도 마련 추진
대검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인터넷 도박 등 범죄단속 및 예방을 위해 유관기관 협업을 강화하고, 대포통장 유통조직에 대한 지속적 수사 전개와 엄중한 처벌로 범죄에 악용되는 수단 자체를 근절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팩트(LawFact)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