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형사재판의 공판기일 소환장을 피고인의 모친이 받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 대한 추가적인 소재 파악 조치 없이 바로 공시송달 후 피고인 진술 없이 선고한 판결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재판장 오석준 대법관, 주심 노정희 대법관, 안철상·이흥구 대법관)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공시송달 절차를 거쳐 벌금 150만 원의 형을 선고한 항소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고 26일 밝혔다.(대법원 2023도1340)
A씨는 2020년 2월과 5월의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 물품대금 편취 사기 혐의에 대해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고 정식재판을 청구해 2021년 5월 광주지방법원에서 벌금 200만 원의 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다른 사기 사건으로 광주교도소에 구속된 상황이었던 A씨는 광주교도소를 통해 벌금형 판결에 불복하는 항소장과 항소이유서를 제출했고, 2021년 7월 형기 종료로 출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식재판청구서 상의 A씨 주소지로 피고인소환장 송달을 시도했으나, 폐문부재(문이 잠겨 있고 사람이 없어 전달이 불가능한 상황)로 송달불능이 되자 2022년 6월 약식명령청구서 상의 A씨 전화번호로 소환을 시도했으나 통화가 되지 않았다. 결국 A씨는 항소심 제1회 공판기일에 불출석했다.
이에 광주지방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검사에게 주소보정을 명하고 다시 피고인소환장 송달을 시도했고, 이번에는 A씨의 어머니가 제2회 공판기일 소환장을 수령했다. 그런데, A씨는 제2회 공판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았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소송 서류를 전달할 수 없을 때 법원이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송달할 내용을 게재하는 공시송달로 A씨를 소환했다. A씨가 제3·4회 공판기일에도 출석하지 않자, 항소심 재판부는 2022년 9월 피고인 A씨의 불출석 상태에서 개정해 소송절차를 진행한 후 2022년 9월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벌금 150만 원의 형을 선고했다.
형사소송법 제63조(공시송달의 원인)는 ‘피고인의 주거, 사무소와 현재지를 알 수 없는 때, 피고인이 재판권이 미치지 아니하는 장소에 있는 경우에 다른 방법으로 송달할 수 없는 때에는 공시송달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후 항소심 판결 선고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상소권회복청구를 했고, 항소심은 2023년 1월 “피고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상고기간 내 상고하지 못했다.”고 인정해 상소권회복결정을 했다.
이 사건 상고심을 심리한 대법원 제3부는 “제2회 공판기일의 소환장을 피고인의 동거인인 모가 적법하게 수령했으므로, 원심이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하기 위해서는 다시 기일을 정하고 피고인에게 공판기일 소환장을 송달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또한 정식재판청구서에 피고인의 다른 연락처가 기재돼 있는바, 원심은 공시송달결정을 하기 전에 위 연락처로 전화해 피고인의 소재를 파악하거나 송달받을 장소를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제3부는 이어 “그런데도 원심은 이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피고인의 주거, 사무소와 현재지를 알 수 없다고 단정해 곧바로 공시송달의 방법에 의한 송달을 하고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을 했다.”면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형사소송법 제63조 제1항, 제365조를 위반해 피고인에게 출석의 기회를 주지 않음으로써 소송절차가 법령에 위배돼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설시했다.
형사소송법 제365조(피고인의 출정)는 ‘피고인이 공판기일에 출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다시 기일을 정하여야 한다.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다시 정한 기일에 출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