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2일 후인 2022. 1. 29. 경기도 양주시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채석장의 대규모 토사 붕괴로 매몰된 근로자 3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한 지 1년 2개월 만에 삼표그룹 정도원 회장이 중대재해처벌법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의 실질 경영책임자인 그룹 회장이 기소된 첫 번째 사례다.
의정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홍용화)는 3월 31일, (주)삼표산업의 안전보건 업무를 포함해 사업을 실질적으로 대표·총괄한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과 (주)삼표산업을 중대재해처벌법위반죄로, 대표이사 이종신 등 임직원 6명 및 (주)삼표산업을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등으로 각 불구속기소하고, 현장 실무자 4명을 업무상과실치사죄로 각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의정부지검은 먼저 “대표이사 또는 회장의 직위에 있는 사람을 중처법상 경영책임자라고 일률적으로 단정할 수는 없고, 사안에 따라 사업체의 구체적 경영방식, 안전보건 업무에 관한 보고·승인·실행 체계 등 실체관계를 살펴 경영책임자를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정도원 회장이 채석산업에 30년간 종사한 전문가인 점, 사고현장의 위험성을 사전 인식한 점, 안전보건업무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보고받고 실질적·최종적 결정권을 행사한 점, 그룹 핵심사업인 골재채취 관련 주요사항을 결정해온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이번 기소처분에 대해 2022년 4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민주노총은 “1년 2개월이 지난 늑장 기소를 규탄하며, 실질 경영책임자인 정도원 회장의 엄정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한다.”는 논평을 냈다.
민주노총은 “재벌 대기업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중대재해에는 그룹의 오너 일가의 전횡이 있었으나, 티끌만큼의 책임도 지지 않는 사례는 많았다.”면서, “삼표산업 3명의 노동자 사망사고에 위험성을 사전에 인식하고, 안전보건업무도 직접 보고받고, 실질 결정권도 가지고 있었던 정도원 회장이 경영책임자로 기소된 것은 당연한 조치다.”라고 평했다.
이어 “삼표산업의 실질적 경영책임자가 정도원 회장으로 밝혀진 이상 법원은 엄중 처벌해야 할 것”이라면서, “이는 전문경영인, 바지사장을 내세워 법적 책임에서 빠져나갔던 재벌 대기업의 행태를 어떻게 엄단할 것인가에 대한 무엇보다 중요한 첫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금번 사례는 그동안 검찰이 대표이사만을 경영책임자로 특정해 기소한 것과 달리, 사고기업의 대표가 아닌 그룹의 회장을 직접 중처법 의무주체로 판단해 책임을 묻고 있다는 점에서 경총은 매우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경총은 “검찰의 그룹회장 기소는 현행 중처법의 경영책임자 개념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수사기관(노동청·검찰)이 중처법 의무주체를 확대·해석해 적용한 기소로 보인다.”면서, “경영계는 향후 경영책임자 대상을 둘러싼 논란으로 인해 기업경영의 불확실성이 증대되지 않도록, 정부가 시급히 중처법 개정을 추진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