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민법에 따라 태아의 상속권을 인정하기 전이라도 태아는 유족으로서 순직한 아버지에 대한 사망보상금청구권을 취득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전현희)는 6·25전쟁 당시 사망했으나 2022년에 순직 인정을 받은 군인의 유복자에게 사망보상금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한 국군재정관리단장에게 재심사하라고 시정권고 했다고 13일 밝혔다.
유복자(遺腹子)는 남겨진 뱃속의 아이라는 뜻으로,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를 여읜 자식을 의미한다.
A씨의 아버지 B씨는 6·25전쟁 당시 해군으로 복무하던 중 1951년 8월 군부대 내에서 사망했다. 이후 A씨는 1952년 3월 유복자로 태어났다. B씨는 사망 당시 자살로 판정받았으나 2022년 12월 재심사를 통해 순직으로 인정됐다. 이에 A씨는 순직한 아버지 B씨의 사망보상금을 신청했다.
그런데 국군재정관리단장은 아버지가 사망한 1951년 당시의 ‘군인사망급여금규정’에 따라 A씨는 아버지의 사망 당시 같은 호적에 있지 않아 사망보상금 지급대상이 아니며, 1951년 당시에는 민법도 시행되기 전으로 태아가 유족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이유로 사망보상금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A씨는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민원을 신청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이 고충민원 사건에서 B씨가 사망할 당시 적용해야 되는 법률, 군인사망보상금의 성격, 관련법령 및 자료 등을 조사한 결과, B씨가 사망한 1951년 8월은 민법이 제정·시행되기 전으로, 이 당시 친족, 상속 관련 규정은 ‘조선민사령’에서 규정하고 있었다.
‘조선민사령’에서는 친족, 상속에 관해 한국의 관습에 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고, 관습법에서는 태아의 호주상속능력을 인정하고 있는 점을 확인했다.
또한, 이후 1958년 제정된 ‘민법’도 ‘조선민사령’의 이 규정을 계승해 ‘태아는 호주상속순위에 관해서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러한 점을 종합해 당시 태아였던 A씨도 상속능력이 있는 유족이라고 봤고, 관련 판례 등을 종합해 볼 때 순직한 B씨의 사망보상금은 유가족에 대한 위로와 예우 차원에서 지급하는 것으로, 위자료의 성격을 갖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는 A씨가 B씨의 유족으로, B씨가 사망했을 때 군인사망보상금청구권을 취득했으므로, A씨에게 사망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의결했다.
국민권익위원회 안준호 고충처리국장은 이번 결정과 관련해 “나라를 위해 희생한 순직자의 명예를 드높이고, 유족을 적절하게 위로하는 등 국가유공자와 유가족에게 합당한 예우가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