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신호대기를 위해 정차하던 택시가 녹색신호에 제한속도를 준수해 진행하다가 횡단보도 보행자 적색신호 변경 직후 횡단보도를 자전거를 타고 건너던 어린이를 충격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택시기사에게 벌금 250만 원의 형을 선고한 1심 법원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박현배 부장판사, 박관형·김아름 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어린이보호구역치상)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A씨에게 ‘피고인을 벌금 2,5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울산지방법원 2022고합312)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의 보행신호가 적색신호로 바뀐 직후라면 자동차 운전자로서는 횡단보도를 완전히 횡단하지 못한 어린이가 있는지, 무단횡단을 하는 어린이가 있는지를 확인하고 전방 및 좌우를 잘 살펴 사고를 방지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판시한 판결이다.
법원이 인정한 이 사건 범죄사실에 따르면, 영업용 택시기사인 A씨는 2022. 5. 26. 14시 53분경 택시를 운전하여 양산시 물금읍 범어로에 있는 범어민원센터 앞 어린이보호구역 내 편도 2차로 도로 중 2차로에 신호대기를 위해 정차했다가 녹색신호에 남양산지하철역에서 범어현대아파트 방면으로 출발해 운전해 가다가 A씨의 진행방향 좌측에서 우측으로 횡단보도를 횡단하던 12세 남자 어린이 B군이 운전하는 자전거를 택시의 앞 범퍼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B군은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아래다리 근육 긴장상 등의 상해를 입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어린이보호구역치상) 혐의로 기소된 A씨와 국선변호인은 1심 재판에서, 운전하던 택시로 피해자가 운전하는 자전거를 충격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고 발생에 피고인의 과실이 없었고, 피해자에게 상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 지점은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초등학교 인근에 위치하고 있는 점, 피고인 또한 경찰에서 이 사건 사고 지점이 어린이 보호구역임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사고 발생시각은 14:53경으로 하교 무렵이어서 피해자와 같은 어린이들의 이동이 빈번했던 점, 성인에 비해 지각능력과 상황판단능력이 부족한 어린이에게는 예상하지 못한 돌발 행동의 가능성이 더 높은 점을 감안하면, 이 사건 사고 지점을 운행하는 운전자로서는 횡단보도의 보행신호가 적색신호로 바뀐 직후에도 어린이가 횡단을 시도할 수 있음은 예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더욱이 택시 블랙박스 영상에 의하면, 택시가 횡단보도에 정차해 있다가 전방 차량신호가 녹색으로 변경돼 출발하기 시작할 무렵 이미 피해자가 운전하는 자전거가 횡단보도에 진입하는 모습이 확인되고, 사고 당시가 주간이고 맑은 날씨로서 택시 주변이나 도로 주변에 피고인의 시야를 방해할 요소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피고인이 택시를 출발시키기 전에 좌우를 살펴 이미 횡단보도에 진입한 보행자가 있는지 여부를 살펴보았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고 판시하면서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A씨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양형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전방 및 좌우 주시 의무를 게을리하는 등의 과실로 어린이인 피해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차량으로 충격해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한 것으로, 교통안전에 취약한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해 신설된 가중처벌 조항의 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보행자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에 진입한 피해자의 과실도 사고 발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택시는 공제조합에 가입돼 있어 공제조합에서 피해자 측에 치료비 상당액을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가 입은 상해의 정도가 비교적 중하지 않은 점 및 기록에 나타난 형법 제51조 소정의 양형조건을 모두 참작해 형을 정한다.”고 설시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