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지역 신용협동조합(신협)의 직원채용 최종면접에서 면접위원들이 여성 응시자에게 “키가 몇인지, ○○과라서 예쁘네, 끼 좀 있겠네, 춤 좀 춰봐”라고 한 행위는 매우 심각한 성차별의 전형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이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는 ‘직원 채용 면접 시 여성 응시자에 대한 차별 진정사건’에서 ‘B신협 이사장에게 전 직원 대상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 신협중앙회장에게 전사적으로 이 사건 사례를 공유하고 채용관련 지침이나 매뉴얼 제공 등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전북의 한 신협 신규직원 모집에 지원해 최종면접을 치렀는데, 면접위원인 피진정인들이 진정인에게 “키가 몇인지”, “○○과라서 예쁘네” 등 직무와 관계없는 외모 평가 발언을 했고, 사전동의 없이 면접 중인 A씨의 모습을 촬영했으며, “○○과면 끼 좀 있겠네“, “춤 좀 춰봐“라고 하면서 노래와 춤을 강요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B신협 이사장과 상임이사는, 피면접자의 긴장을 풀어주는 차원에서 “이쁘시구만”이라고 말한 것이고, A씨가 제출한 이력서에 키와 몸무게가 적혀 있지 않아 물어보았으나 이러한 질문이 부적절하다는 것은 이번 일을 계기로 알게 돼 반성하고 있으며, 노래와 춤을 강요한 것이 아니라 A씨의 자신감을 엿보기 위해 노래를 할 수 있는지 물어보면서 율동도 곁들이면 좋겠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위원장 남규선, 위원 이준일·석원정)는 “채용 면접 과정에서 면접대상자의 외모를 평가하거나 노래와 춤을 시연해 보도록 하는 행위는 면접대상자와 면접위원의 위계관계를 고려할 때 선뜻 문제제기를 하기가 어렵고, 특히 면접위원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불이익이 돌아올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임을 감안할 때, 진정인이 당혹감과 모멸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진정인이 에둘러 거절의 뜻을 밝혔는데도 피진정인들이 이를 거듭 요구하는 등의 행위는 강요와 압박으로 느껴질 수 있고, 성적 불쾌감과 모멸감을 느끼기에 충분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업무상 조합원들과 친화력이 중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춤과 노래 등을 시연해 보일 것을 주문했다.”는 피진정인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채용 예정직위의 직무내용에 대한 질문보다 진정인의 외모와 노래나 춤 등의 특기 관련 질문에 상당시간을 할애한 것은 여성에게 분위기를 돋우는 역할을 기대하고 부여하는 성차별적 문화 혹은 관행과 인식에서 비롯된 행위”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 사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성희롱이라고 판단하고 피진정기관인 B신협이 피진정인들과 참고인에 대해 징계조치를 했다는 이유로 행정종결했는 데, 인권위는 성희롱은 성차별의 한 유형에 속하나, 이 사건 채용 과정에서의 차별행위는 행위자에 대한 조치만으로 유사 사건의 재발을 방지하기 어렵다고 보면서, 기관 차원에서 실효적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제7조는 모집·채용에서의 성차별 금지를 규정하면서, 여성 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그 직무의 수행에 필요하지 아니한 용모·키·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 미혼 조건 등의 조건을 제시하거나 요구해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고,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4조의3은 용모, 키, 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 등의 정보를 기초심사자료에 개재하도록 요구하거나 입증자료로 수집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