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4일 만에 희생자 유가족들이 첫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향해 진정한 사과와 성역없는, 엄격한, 철저한 책임규명 등 6가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22일 오전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 20여 명이 참석해 현재 심경과 요구사항 등의 입장을 밝혔다.
희생자 이상은님의 아버지, 희생자 이남훈님의 어머니, 희생자 송은지님의 아버지, 희생자 이민아님의 아버지가 현재 심경에 대해 발언을 했고, 특히 희생자 배우 이지한님의 어머니는 “만약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참사 당시 상황관리관), 용산구청장, 용산경찰서장, 경찰청장, 서울시장, 행안부장관, 국무총리의 자식들이 한 명이라도 그곳에서 “숨쉬기 어렵다, 압사당할 것 같다, 살려달라, 통제해달라”고 울부짖었다면 과연 그 거리를 설렁탕 먹고 뒷짐 지고 어슬렁어슬렁 걸어갈 수 있었겠는가. 절대 아니다. 이건 아니다. 그럴 수 없다.”면서, “칼을 들지는 않았어도 정황상으로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해 모두 형사책임을 지워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변 관계자는 “지금까지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34분의 유가족이 이번 기자회견에 뜻을 같이 했다.”면서, “유가족분들의 얼굴과 영정사진에 모자이크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1. 진정한 사과
유가족들은 먼저 “정부는 ‘10·29 이태원 참사’의 책임이 이태원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 지방자치단체, 경찰에게 있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고, 유가족, 생존자를 비롯한 참사의 모든 피해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면서, “헌법상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의무를 가진 대통령은 조속히 참사의 모든 피해자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책임 있는 후속조치를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2. 성역없는, 엄격한, 철저한 책임규명
유가족들은 “정부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10·29 이태원 참사’를 방지했어야 할 모든 책임자들을 빠짐없이 조사하고, 가장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나아가 참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 하거나, 거짓해명을 한 자들을 무관용으로서 엄중하게 문책해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
3.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 및 책임규명
유가족들은 “정부는 ‘10·29 이태원 참사’ 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는 한편, 유가족, 생존자를 포함한 피해자들에게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진상 및 책임 규명의 경과를 투명하게 설명해야 한다. 나아가 진상규명 과정에 유가족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참여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진상 및 책임규명이 이루어져야 한다. 참사 당시 뿐만 아니라 참사 이전, 참사 이후까지의 진상과 책임이 모두 규명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요구했다.
4.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
유가족들은 “정부는 유가족, 생존자를 포함한 참사의 모든 피해자들이 서로 소통하고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보장해야 한다. 참사 이후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트라우마와 각종 어려움을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정부는 피해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피해자들에게 필요한 사항을 확인하고 즉각적으로 관련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5.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유가족들은 “정부는 참사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사회적 추모를 위해 추모시설의 마련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공개를 희망하는 유가족들의 의사를 확인하고, 유가족들의 의사에 따라 공개가 가능한 희생자의 이름을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해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가족들은 특히 “공허하고 형식적인 애도가 아니라, 참사의 재발방지와 사회적 추모를 위한 정부의 공적 조치가 필요하다. 유가족들과 협의하여 희생자들의 명예회복, 기억과 추모를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6.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의 마련
유가족들은 “정부는 무분별하게 발생하고 있는 2차 가해를 묵과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참사가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책임이 아닌 정부의 책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희생자들에 대한 2차 가해에 반대한다는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면서, “이와 동시에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말미에 한 유가족은 “유가족에게 동의 없이 이름, 위패, 영정사진도 없는 분향소를 만든 것이 2차 가해입니다.”라고 말하며 오열하기도 했다.
민변 ‘10·29 참사’ 대응 TF 공동간사 서채완 변호사는 추가 법적 조치에 대해서는 “현재는 유족들이 모이는 단계이며, 앞으로 지속적으로 유족들과 대응 방향을 협의할 것”이라면서, “앞으로 어떤 법적 조치를 취할지는 유가족분들과 협의 후 공식 발표하겠다.”라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