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법무부가 민주화운동가 故 장준하 선생 유족들이 제기한 국가배상청구소송에서 약 7억 8천만 원의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한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판결에 대한 상고를 포기하면서 국가배상책임이 확정됐다.
법무부는 “2022. 10. 13. 민주화운동가 고(故) 장준하 유족들이 제기한 국가배상소송에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한 항소심 판결(인용액 합계 약 7억 8천만 원)에 대해 신속한 피해회복을 위해 11. 2. 상고를 포기했다.”면서, “이번 결정은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이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와 동일한 점, 관계 기관의 의견, 9년 이상 진행된 소송으로 인한 유족들의 고통 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루어진 것”이라고 2일 밝혔다.
故 장준하 선생은 유신헌법 개정 운동을 하던 중인 1974. 1. 13.경 긴급조치 제1호의 최초 위반자로서 법원의 영장없이 체포·구금돼, 1974. 3. 2.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1974. 12. 3. 협심증에 따른 병보석 형집행정지로 석방되기까지 323일간 수감됐다.
장준하 선생은 출소 후 1975년 8월 경기 포천 약사봉에서 숨진 채 발견되면서 타살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긴급조치 제1호는 유신헌법을 부정·비방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자를 영장 없이 체포․구속․압수수색하며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박정희 대통령이 내린 특별조치로 1974. 1. 8. 17시부터 시행됐다.
대법원은 2010. 12. 16. 긴급조치 제1호를 위헌·무효라고 판결(2010도5986 전원합의체)했고, 헌법재판소도 2013. 3. 21. 헌법재판관 만장일치 의견으로 위헌 결정(2010헌바70)했다. 이에 따라 故 장준하 선생의 장남인 장호권씨가 청구한 형사재심청구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 제26부(부장판사 유상재)는 2013. 1. 21. 무죄를 선고했고, 2013. 2. 1. 재심무죄가 확정됐다.
이에 故 장준하 선생 유족 5인은 2013. 9. 3.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법원은 2020. 4. 10. 1심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일부 인용했고, 2022. 10. 13.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민사21부(재판장 홍승면 부장판사, 이재신·김영현 판사)도 국가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국가가 총 7억8천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부 법무실 국가소송과 관계자는 “이 사건의 주요 쟁점이 긴급조치 제9호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 취지와 동일한 점, 소송수행청(국가정보원) 등 관계 기관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사건에 대해 상고하지 않고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면서도, “다만, 현재 진행 중인 유사 사건의 경우 사안별로 사실관계와 법률적 쟁점이 다를 수 있으므로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존중하되 개별 사건별로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2022. 8. 30. 선고한 2018다212610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선고위헌·무효인 긴급조치의 발령 및 적용․집행행위에 대해 대법원은 국가의 책임을 부정한 종래의 판결을 변경해 ‘위헌적 긴급조치의 발령부터 수사 등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은 위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배상책임을 인정한 바 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이번 조치에 대해 “긴급조치 제1호 관련 첫 국가배상 항소심 판결에 대한 이번 상고 포기 결정은, 대법원 판례의 취지와 함께 9년 이상 진행된 소송으로 인한 유족의 고통, 신속한 피해 회복의 중요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면서, “법무부는 오직 상식과 정의의 관점에서 국민의 억울함을 해소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손견정 기자 lawfact.desk@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