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수의계약 대상자인 업자로부터 현금 10만 원을 받은 부산의 한 구청 공무원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뇌물수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배심원 다수 평결과 달리 재판부가 유죄를 인정해 벌금형 등을 선고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방법원 제5형사부(재판장 박무영 부장판사, 김승현·이상언 판사)는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6급 구청 공무원 A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피고인을 벌금 50만 원에 처한다.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자격정지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10만 원을 추징한다. 위 벌금 및 추징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부산지방법원 2022. 10. 31. 선고 2020고합322)
1990년 7월 부산광역시 지방공무원 행정직 9급 공채로 공무원으로 임용돼 부산광역시 구청 소속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A씨는 2013년 9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B구청 관광시설관리사업소 해수욕장운영팀장(행정 6급)으로 근무하면서 B해수욕장 운영의 주요 계획 수립, 망루대·탈의장 등 각종 시설물 설치․보수․철거 등의 관리, 탈의장 및 파라솔 운영업체 관리 업무에 관한 총괄지도를 담당했다.
C씨는 1999년 3월부터 현재까지 부산 B구에 사무실을 두고 철구조물 설치·철거, 광고대행, 음료판매, 광고탑·간판 설치 등을 하는 업체를 운영하면서, 2010. 6. 17.경부터 2017. 8. 25.경까지 B해수욕장과 E해수욕장의 망루대, 창고용 천막, 백사장 장애인통로, 야영장 컨테이너 부스, 백사장 북카페 부스 등 시설물의 설치․철거용역을 B구청 관광시설관리사업소로부터 수주받아 3억606만7천원 상당의 사업 매출을 올렸다.
그런데 A씨는 2016년 4월 중순경 부산 B구 B해수욕장에 있는 관광관리사업소 사무실에서, C로부터 해수욕장 시설물 설치·철거용역업무에 관한 각종 편의를 제공해 주고 앞으로도 용역업체로 선정될 수 있도록 도움을 달라는 취지의 묵시적 청탁과 함께 현금 50만 원을 교부받아 그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형사재판에 넘겨졌다.
재판에서 A씨와 변호인은 “C씨로부터 50만 원을 교부받은 사실은 없고, 현금 10만 원을 받은 사실이 있으나 이는 해외출장 여비 부조 명목으로 받은 것으로 사교적 의례에 불과해 뇌물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먼저, 피고인 A가 C로부터 받은 돈이 공소사실과 같이 50만 원인지 아니면 피고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10만 원에 불과한지 여부와 만일 피고인이 받은 돈이 10만 원일 경우 그것이 형법상의 ‘뇌물’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 사건 재판에서 배심원 7인 중 3인은 A씨를 유죄로 4인은 무죄로 평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인 C로부터 받은 돈의 액수를 10만 원으로 판단한 배심원의 평결은 존중하면서도, 두 번째 쟁점인 피고인이 받은 돈 10만 원이 형법상의 ‘뇌물’ 여부에 대해서는, “‘사실의 인정’과 달리 ‘법리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의 경우 비법률전문가인 배심원의 평결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가 충분히 존재할 수 있는 점, 무죄의 만장일치의 평결이 이루어진 것은 아닌 점 및 이 사건 공판, 평의, 평결 과정의 제반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면서, 배심원의 다수 평결과 다르게 판단했다.
부산지방법원 제5형사부는 “① C는 피고인의 직접적인 직무 대상이 되는 사람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C에게 있어 피고인은 용역을 수주받아 사업을 지속하는 데에 있어 결정적․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요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었던 점, ② C는 수사기관 및 법원에서 “당시 시설관리사업소로부터 매년 용역을 수의계약의 형태로 수주받아 왔고, 해수욕장의 북카페 사업도 진행 중이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잘 봐달라는 취지에서 돈을 주었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③ 당시 시설관리사업소 내에서 담당 공무원이 공무상 해외출장을 가게 될 경우 다른 구성원들이 소액을 갹출해 해당 공무원에게 부조금조로 지급하는 관행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 금원의 지급 명목과 관계없이, 피고인과 C사이의 제반 인적관계는 피고인과 다른 조직 내부의 동료 공무원들과 사이의 인적 관계와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으므로, 그 사이에서 수수된 금원 역시 그 성질이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봄이 상당한 점, ④ C가 이 사건 이전에 피고인으로부터 접대를 받거나 수수한 것이 있어 이를 갚을 필요가 있었다거나 C와 피고인 사이에 개인적인 친분관계가 있어서 교분상의 필요에 의해 10만 원을 지급한 것이라고 볼만한 정황도 전혀 없는 점, ⑤ 피고인은 법원에서 “팀장으로 부임한 이후 C가 사무실을 수시로 드나들면서 마치 식구처럼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는 등 친근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고 제3자로부터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고 생각해 다른 직원들로 하여금 C와 식사를 못 하도록 조치했다.”는 취지로 진술하는 등 자신의 직무대상자인 C로부터 점심식사 등 사소한 대가를 받는 것조차 외부인들로부터 오해를 사는 부적절한 행동이며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점에 관해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⑥ C가 공소사실과 관련해 뇌물공여죄로 유죄 판결을 받아 확정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이 C로부터 지급받은 10만 원은 비록 그 액수가 소액이라 하더라도 피고인의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 뇌물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유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양형 이유로는 “뇌물액이 비교적 소액이고, 적극적으로 뇌물을 요구한 정황은 보이지 않으며, 동종 또는 징역형의 집행유예 이상의 처벌 전력이 없는 점과 지인과 가족, 친척들이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는 등 사회적 유대관계가 비교적 분명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보고, 부산 지역 주요 해수욕장의 관리를 총괄하는 공무원인 피고인이 그 업무와 관련된 사인으로부터 현금을 뇌물로 수수한 것으로 직무관련성이 비 교적 강하다는 점을 불리한 정상”이라고 판시했다.
뇌물수수죄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년 이하의 자격정지’(형법 제129조 제1항)이고,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항에 따라 ‘수뢰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벌금’을 병과해야 한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