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구제역 확산으로 살처분보상금등을 지급한 지방자치단체가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발령한 이동제한명령을 어긴 농장운영자에게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1부(재판장 박정화 대법관, 주심 노태악 대법관, 김선수·오경미 대법관)는 강원도 철원군이 <가축전염병예방법>상의 이동제한명령을 위반한 농장주들과 가축매매 중개인들을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로 판단한 항소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대법원 2022. 9. 16. 선고 2017다247589 판결)
세종특별자치시에서 돼지를 키우는 농장을 운영하는 이A씨와 이B씨는 세종특별자치시장이 2015. 1. 8. <가축전염병예방법>상의 이동제한명령을 발령하였음에도 2015. 2. 7. 김A·오·김B씨의 중개로 김C씨에게 자신들의 농장에 있던 돼지 260마리를 판매해 강원도 철원군에 있는 김C씨의 농장으로 이동시켰다.
이후 김C씨의 농장에 있는 돼지 중 일부가 구제역이 의심되는 증상을 보였고, 2015. 2. 9.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김C씨의 농장에서 사육되던 김C씨 소유의 돼지 618마리와 김D씨 소유의 개 7마리, 닭 80마리가 살처분됐다. 살처분된 돼지 618마리에는 이A·이B씨 등이 이동시킨 돼지 260마리가 포함돼 있었다.
강원도 철원군은 김C씨와 김D씨에게 <가축전염병예방법>에 근거해 살처분 보상금, 생계안정비용, 살처분 비용을 지급한 후, 이A씨 등 5인을 상대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손해배상금 1억7천3백만여 원을 청구하는 구상금소송을 2015년 12월 의정부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구제역 전파로 인해 가축전염병예방법상 이동제한명령 대상인 돼지 반출에 관여한 피고들이, 피해 농장에 관련 법령에 따라 보상금을 지급해 준 방자치단체에 대하여 직접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였다.
1·2심 법원은 “피고들이 이동제한명령에 반해 돼지를 이동시켜 돼지를 반입한 농장의 가축들이 살처분되게 하였으므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가 지출한 살처분 보상금 등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면서, 각각 ‘원고승’·‘항소기각’ 판결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는 먼저 “가축전염병예방법의 입법취지와 관련 규정 등을 종합하면, 가축전염병예 방법에서 정한 이동제한명령은 가축전염병이 발생하거나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일 뿐,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 정한 살처분 보상금 등을 지급하는 지방자치단체인 원고가 이러한 규정을 들어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제1부는 이어 “지방자치단체가 가축소유자에게 살처분보상금 등을 지급하는 것은 가축전염병 확산의 원인이 무엇인지와 관계없이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 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다.”라면서, “이 사건에서 원고가 살처분보상금 등을 지급하게 된 가축전염병 확산의 원인이 피고들의 이동제한명령 위반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원고의 살처분보상금 등 지급이 피고들의 이동제한명령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라거나 원고가 다른 법령상 근거 없이 곧바로 피고들을 상대로 살처분보상금 등 상당을 손해배상으로 구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시했다.
대법원 제1부는 이에 “그런데도 원심은 피고들의 이동제한명령 위반과 원고의 살처분보상금 등 지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받아들였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 있어서 상당인과관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하면서 파기환송 판결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대법원 공보연구관실 관계자는 “피고들이 가축전염병예방법 위반행위를 해 가축소유자에게 손해를 발생시켰고 지방자치단체가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그 가축소유자에게 살처분보상금 등을 지급했다고 하더라도, 가축전염병예방법의 입법취지와 관련 규정 등을 종합하면, 지방자치단체가 다른 법령상 근거없이 직접 피해자로서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다는 것을 설시한 최초의 사례다.”라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