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음주측정거부 전력이 1회 이상 있는 사람이 다시 음주운전을 하거나 음주측정을 거부한 경우 가중처벌하는 도로교통법 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2018년 만취 음주운전자의 차에 치여 숨진 윤창호씨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 재범자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으로 입법된 이른바 윤창호법 관련 세 번째 위헌 결정이다.
헌법재판소는 창원지방법원 거창지원과 인천지방법원·서울서부지법·대구지방법원이 제청한 구·현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위헌법률심판사건에서 재판관 7대2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선고했다.[헌법재판소 2022. 8. 31.선고 2022헌가14, 2022헌가18, 19, 20(병합)]
구 도로교통법(2018. 12. 24. 개정 법률 제16037호) 제148조의2 제1항은 "제44조 제1항 또는 제2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자동차등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한 사람으로 한정한다)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돼 있었고, 현행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는 “제44조 제1항 또는 제2항을 2회 이상 위반한 사람(자동차등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한 사람으로 한정한다. 다만, 개인형 이동장치를 운전하는 경우는 제외한다.)은 2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결정이유에서 먼저 “심판대상조항은 음주측정거부 전력이 1회 이상 있는 사람이 다시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 또는 음주측정거부행위를 한 경우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규정인데, 그 구성요건을 ‘제44조 제2항을 1회 이상 위반한 사람으로서 다시 같은 조 제1항을 위반한 경우’ 또는 ‘제44조 제2항을 2회 이상 위반한 경우’로 정해 가중요건이 되는 과거의 위반행위와 처벌대상이 되는 재범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 또는 음주측정거부행위 사이에 아무런 시간적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과거의 위반행위가 상당히 오래전에 이루어져 그 이후 행해진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 또는 음주측정거부행위를 ‘교통법규에 대한 준법정신이나 안전의식이 현저히 부족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반규범적 행위’ 또는 ‘반복적으로 사회구성원에 대한 생명·신체 등을 위협하고 그 위험방지를 위한 경찰작용을 방해한 행위’라고 평가하기 어렵다면, 이를 가중처벌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범죄 전력이 있음에도 다시 범행하면 재범인 후범에 대해 가중된 행위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해도 전범을 이유로 아무런 시간적 제한 없이 무제한 후범을 가중처벌 하는 예는 발견하기 어렵고, 공소시효나 형의 실효를 인정하는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심판대상조항은 과거 위반 전력의 시기 및 내용이나 음주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준 또는 음주측정거부 당시의 음주 의심 정도와 발생한 위험 등을 고려할 때 비난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음주운전 또는 음주측정거부 재범행위까지도 법정형의 하한인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의 벌금을 기준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어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반복적인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 또는 음주측정거부행위에 대한 강한 처벌이 국민 일반의 법감정에 부합할 수는 있으나, 결국에는 중한 형벌에 대한 면역성과 무감각이 생기게 돼 범죄예방과 법질서 수호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반복적인 위반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서 형벌의 강화는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면서, “심판대상조항은 음주치료나 음주운전 방지 장치 도입과 같은 비형벌적 수단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과거 위반 전력 등과 관련해 아무런 제한도 두지 않고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유형의 음주운전 또는 음주측정거부 재범행위에 대해서까지 일률적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형벌 본래의 기능에 필요한 정도를 현저히 일탈하는 과도한 법정형을 정한 것이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반면, 이선애·문형배 재판관은 “심판대상조항은 이른바 ‘윤창호 사건’을 계기로 재범 음주운전자 또는 음주측정거부자를 엄히 처벌하도록 함으로써 음주운전 관련 범죄를 예방하고자 하는 형사정책적 고려에 따라 입법화된 규정이고, 반복되는 음주운전이나 음주측정거부는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므로, 심판대상조항에 의한 가중처벌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선애·문형배 재판관은 “반복적인 음주운전을 방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음주치료와 교육프로그램을 강화하거나 다른 추가적 행정 제재를 도입하는 것이 고려될 수 있으나, 음주운전의 발생 실태와 음주운전으로 인한 폐해의 심각성에 비추어 볼 때 비형벌적 수단의 강화 내지 도입을 위한 인적, 물적 설비와 시스템을 갖추어 가는 한편, 그와 병행해 형벌강화를 통해 반복적인 음주운전을 엄격히 차단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해 형벌의 강화를 선택한 입법자의 결단은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돼야 할 분야인 법정형의 결정에 있어서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는 의견도 밝혔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21년 11월 25일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 전력자가 다시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를 한 경우를 가중처벌 하는 구 도로교통법조항에 대해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위헌결정(2019헌바446 등)을 한 데 이어, 2022년 5월 26일에는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 또는 음주측정거부 전력자가 다시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를 한 경우 또는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 전력자가 다시 음주측정거부행위를 한 경우를 가중처벌하는 도로교통법조항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위헌결정(2021헌가30등·2021헌가32 등)을 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이 사건은 ① 음주측정거부 전력자가 다시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를 한 경우를 가중처벌하는 구 도로교통법 조항(현행 도로교통법 조항에 대하여는 헌재 2021헌가30등 사건에서 이미 위헌 결정)과 ② 음주측정거부 전력자가 다시 음주측정거부행위를 한 경우를 가중처벌하는 도로교통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처음으로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것”이라면서, “헌법재판소는 과거의 위반 전력 등과 관련해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죄질이 비교적 가벼운 재범 음주운전 금지규정 위반행위 또는 음주 측정거부행위까지 일률적으로 법정형의 하한인 징역 2년 또는 벌금 1천만 원을 기준으로 가중처벌하도록 하는 것은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인정할 수 없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