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하청노조 집행부 노동자들 상대 470억 원 규모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와 하이트진로의 화물연대 조합원 상대 손해배상청구소송은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규탄하면서 사용자들의 무분별한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 신청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노란봉투법'을 조속히 입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노란봉투법’은 폭력·파괴행위 이외의 노동3권 행사에 대한 손해배상·가압류의 금지, 노동조합이 아닌 개별 조합원에 대한 손해배상 금지 등을 골자로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개정안으로 헌법상 노동3권을 무력화하는 사용자들의 손해배상·가압류 시도에 제동을 걸기 위해 19·20대 국회에 이어 이번 21대 국회에도 복수로 발의돼 있고,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명확히 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은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집행부 개인을 상대로 47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청노조가 지난 5년간 삭감된 임금(30%)의 원상회복 등 원청이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항들과 관련해 근로조건의 개선을 요구하며 선박에서 쟁의행위를 한 것에 대해 파업기간 조업중단과 지연에 따른 매출손실, 고정비 지출 등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하이트진로도 자사가 100% 지분을 가진 하이트진로의 계열사이자 하청업체인 수양물류의 화물기사들이 과거 인하된 운송료를 정상화할 것을 요구하며 원청 하이트진로를 상대로 파업을 한 것에 대해 화물연대 조합원 11명을 상대로 5억8천만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가 청구액을 27억8천만 원으로 확장했다. 하이트진로는 본안 손해배상청구와 더불어 부동산과 화물차 등에 대해 가압류 신청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민변 노동위원회(위원장 이용우 변호사)는 24일 성명을 내고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의 파업과 쟁의행위는 헌법 제33조 제1항이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단체행동권의 실현”이라면서, “법체계상 최고규범성을 가진 헌법이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기본권을 실현하기 위해 수십, 수백억 원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민변 노동위원회는 “파업과 쟁의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 신청이 빈발하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단체교섭의 의무를 부담하고 있는 사용자가 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특히 하청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해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이 하청 뒤에 숨어 수수방관하면, 노동자들은 조업을 거부하는 방법으로 협상력을 제고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조합법 제2조 제6호는 쟁의행위를 ‘파업·태업·직장폐쇄 기타 노동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라고 명시적으로 정의하고 있는 것 역시 노동쟁의 국면에서 노동자들의 조업 거부 자체가 규범적으로 정당하다는 입법자의 의사를 반영한 것”이라면서, “이에 대해 수십, 수백억 원의 손해배상의무를 부담시킨다면 헌법과 노동조합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파업권)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고 주장했다.
민변 노동위원회는 “하청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원청 사용자가 단체교섭 등 법적으로 부과된 의무는 외면하면서 단체교섭을 요구하며 쟁의행위를 하는 노동자들을 상대로 경제적 손해는 기필코 전보 받겠다는 것은 권리와 의무의 균형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사용자의 경제적 이익만을 위해 노동자들의 임금과 운임을 삭감하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극단적인 생계 불안으로 이어지는데, 이러한 결정이 사용자의 방만한 경영에 의한 것일 때에도 노동자들은 그 손해를 전보 받을 방법이 없다.”고 짚었다.
민변 노동위원회는 원청 사용자들의 손해배상액 산정에 대해서도, "고정비와 매출 손실을 중복해서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차지하더라도 상당수 기업이 기계 고장 등 각종 변수에 대비해 재고를 마련하거나 잔업·특근 등으로 대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쟁의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손해를 방지할 수 없는 것이 결코 아니다. 특히 조선업 같은 수주산업은 계약상 인도 일정에 맞춰 선박을 선주에게 넘기기만 하면 매출이 정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데, 파업 이후에도 손해의 확산을 얼마든지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사용자들의 수십, 수백억 원 손해배상액 산정은, 손해의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용자가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를 옥죌 요량으로 소권을 남용하는 것”이라면서 매우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민변 노동위원회는 끝으로 “대우조선해양이 노동조합이 아닌 조합원 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는 것은 그 목적이 손해의 보전이 아니라 조합원들의 노동3권 행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자 함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 불순한 의도를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이제 헌법상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법해석의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 노조법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라면서, “이미 사용자들의 무분별한 손해배상청구와 가압류 신청에 대한 제동의 필요성 및 권한과 이익을 누리는 원청에 대한 사용자로서의 책임 강화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제 국회가 사회적 논의를 거쳐 불균형한 노사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도록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노동조합법>을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총도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조선산업이 어려움에 처할 때 회사 마음대로 수천의 노동자를 잘라내고 임금을 30%나 후려치더니 이제 수주가 정상화되고 활황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이의 원상회복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요구에 아무런 실권도 없는 하청바지사장의 뒤에 숨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원청 대우조선해양이 할 짓은 아니지 않은가?”라면서, “손해배상청구는 명목상으론 사측이 입은 손해에 대한 회복이지만 본질적으론 헌법에 명시된 노동3권을 부정하고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절대악‘이다.”라고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이어 “바지사장 뒤에 숨은 진짜 사장을 불러 교섭하고,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해 악의적으로 남발되는 손해배상 청구 철폐를 위한 노조법 개정이 답이다.”라면서, “제 시민사회진영과 함께 2015년 발의하고도 진전이 없었던 ‘노란 봉투법’ 제정에 나서며 이에 대한 전 조직의 힘을 집중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