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법률일보] 수형자 가족이 보내준 안경다리 일부에 빨간색이 있다는 이유로 교도소 내 반입을 금지한 것은 헌법과 법률에 위반돼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재판장 강우찬 부장판사, 위수현·이은경 판사)는 교도소 수용자 A씨가 법무부장관과 홍성교도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차입물품(안경)지급불허처분 취소소송에서 "피고 홍성교도소장이 원고에게 한 2022. 1. 12. 차입물품(안경)지급불허 처분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서울행정법원 2022구합422)
사기죄로 구속기소 돼 항소심 재판을 진행 중인 A씨는 2021년 10월 8일부터 홍성교도소에 수감 중인 미결수용자다. A씨는 2021년 11월 19일 홍성교도소에 입소 당시 사용하던 안경에 불편을 느껴 가족에게 자신이 평소 사용하던 다른 안경을 발송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A씨의 가족은 택배를 통해 안경을 보냈는데, 홍성교도소장은 2022년 1월 12일 “안경다리 부분 일부에 빨간색 색상이 혼재돼 있어 지급금지 물품에 해당하므로 보관금품 관리지침 제25조 제1항에 따라 지급을 불허한다.”는 취지의 통지와 함께 이를 반송했다
그러자 A씨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형집행법) 등에서 빨간색 안경테의 교부를 금지하는 규정을 마련해두고 있지 않음에도 법무부장관이 예규형식으로 마련한 지침 조항에서 빨간색 안경테의 교부를 금지한 것은 상위법령에 부합하지 않아 위법하다.”고 주장하면서 차입물품(안경)지급불허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재판에서 “빨간색이 혼재된 안경테를 바라보는 관점이 일반인과 수용자 사이에 차이가 없고, 안경테에는 빨간색이 극히 일부만 포함된 점, 보관금품 관리지침 제25조 제1항 단서에서 ‘다만, 소장이 환자·노인·임신부·장애인, 그 밖에 처우상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해당 규정에도 반입이 필요한 품목과 수량을 허가할 수 있다.’라고 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도 주장했다.
법무부 예규인 <보관금품 관리지침> 제25조 제1항 별표3은 빨강‧노랑‧파랑 등 원색 내지 그 계열의 색상, 현란한 무늬 등을 더한 안경테의 소지를 금지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해치거나 수용자간 위화감을 줄 우려가 있는 빨강‧노랑 등 원색 또는 그 계열의 색상 및 그 색상들이 혼재된 물품의 전달을 불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형집행법> 시행규칙 제22조 제3항 제2호에서 문제 삼은 음란하거나 현란한 그림과 무늬는 지나치게 모호하고 광범한 개념으로서 이를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하지 않으면 권력기관의 자의적 권한 행사가 살아 숨 쉴 공간을 열어주게 된다.”면서, “특히나 교도소는 신체의 자유가 제한되는 특수한 상황에서 기인한 ‘권력관계’로 인해 늘 그 권한남용의 우려가 상존하는 곳이므로, 이러한 규정은 법치국가 원리에 따라 최대한 제한적으로 해석·적용돼야 함이 마땅하다.”고 설시했다.
이어 “이때의 ‘현란함’은 그 바로 앞에 규정된 ‘음란함’과 같거나 유사한 수준으로 수용 질서유지나 수형자의 정신건강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음이 명백하게 인정될 때 제한해 새김이 타당하다.”면서, “안경다리 부분에 일부 빨간색이 포함돼 있어도 이를 현란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고 이러한 색상과 형상이 음란한 그림이나 무늬의 경우처럼 교도소의 수용 질서유지나 수용자의 정신건강에 위해를 끼칠 우려가 있음이 명백하게 인정된다고 볼 합리적인 근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조항 중 해당 부분은 전달·반입하고자 하는 안경테가 빨간색이기만하면 그 안경을 보관할 수 없이 이를 보낸 사람에게 반환하도록 해 안경의 모양, 안경 사용자의 시력 및 안경 사용현황 등 개별적·구체적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아 수용자의 자유를 필요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다.”면서, “이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신체의 자유와 통신의 자유, 행복추구권 및 일반적 행동 자유권 내지 자기 결정권, 인간의 존엄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 사건 조항이 일반·추상적 행정입법에 불과해 처분성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법무부장관에 대한 소는 대상적격이 없어 부적법하다.”는 법무부장관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보관금품 관리지침이 다른 집행행위의 매개 없이 그 자체로 직접 국민의 권리의무나 법률관계를 규율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조항은 무효확인 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피고 법무부장관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있다.”면서 원고의 법무부장관에 대한 소 부분은 각하했다.
시민을 위한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한국법률일보' 김명훈 기자 lawfact1@gmail.com